미국 정부의 건강보험 메디케어를 운영하는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는 11일(현지 시간) 바이오젠에 아두헬름에 대한 추가 임상시험을 요구하면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임상시험 참가자로 제한하려 한다고 발표했다.
제약업계는 CMS가 아두헬름의 치료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최종 결정일은 오는 4월 11일이다. 아두헬름의 개발사 바이오젠과 환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결정 내용은 바뀔 수 있다.
"FDA는 승인했지만, 메디케어는 승인하지 않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에 대해 CMS가 추가 임상을 요구하며 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번 메디케어의 결정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며 아두헬름을 쓰고자 하는 환자는 ‘무작위 임상 시험(RCT)’에 등록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바이오젠은 “(추가 임상시험을 하게 되면) 아두헬름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많은 환자들을 배제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무작위 임상시험이란, 컴퓨터가 만든 난수표에 따라 대조약을 받을 환자와 아두헬름을 받을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투약하는 방식이다. 환자도 의료진도 어느 약을 투약했는지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라시보' 효과나 다른 간섭 요인들을 배제할 수 있다. CMS는 아두헬름의 이전 임상시험이 주로 백인을 대상으로 진행했음을 지적하며, 다양한 인종을 포함해 임상을 진행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단점도 있다. 엄격한 임상 등록 조건 때문에 참여할 수 있는 환자 수가 크게 제한될 수 있다. 또 임상에 참여하더라도 상당수 환자들은 아두헬름 대신 기존 치료에 쓰는 약물을 대조약으로 받게 된다. 지역 또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병원 인근으로 제한될 수 있다.
2020년 11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FDA의 첫 승인을 받은 아두헬름은 승인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약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 11명 중 10명이 이 약이 승인되지 않아야 한다고 투표했음에도 FDA는 아두헬름을 승인했다. 이러한 결정 자체가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 쏟아졌음에도, 당시 FDA는 전문가위원회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할 의무는 없다며 결정을 밀고 나갔다.
평가 방식에 대한 논란도 컸다. 아두헬름의 임상에서 약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평가 변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자, FDA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라는 대리변수를 인정해 승인했다. 과거 FDA는 아두헬름에 대해 대리변수를 기반으로는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은 더 커졌다.
중추신경계질환(CMS) 전문가인 정지현 얼머스인베스트먼트 이사는 “CMS가 아두헬름이 치료 효능에 대한 근거사례가 부족하다고 보고 추가 임상시험을 요구하며 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두헬름의 약가가 비싼 것도 메디케어에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아두헬름은 연간 2만8500달러(약 3392만원)가 드는 고가의 약이다. 출시 당시는 연간 투여 비용이 5만6000달러(약 6665만원)에 이르렀으나, 바이오젠은 메디케어의 보험급여 결정을 앞두고 지난달 약가를 절반으로 인하했다.
아두헬름의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처음 출시된 아두헬름의 3분기 매출은 30만달러(약 3억5250만원)에 그쳤다. 미국 현지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전망치(컨센서스) 1400만달러(164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