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승인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결합심사 최종 기한인 20일에 앞서 이번주 내 불승인 결정을 발표할 것이란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경쟁당국 위원들은 이날 FT에 독과점 우려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그룹의 합병을 불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이와 관련,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78척 가운데 47척을 수주했다. 양사를 합쳐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불승인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2019년 인도의 타타철강과 독일의 티센크루프 합병 이후 처음으로 EU가 기업 간 결합에 반대하는 사례가 된다. 당시 EU는 타타와 티센크루프의 합병으로 소비자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지금까지 싱가포르, 중국, 카자흐스탄에서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EU, 일본, 한국에서는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 EU에는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와 그리스 선주 집단이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EU의 불승인 결정은 사실상 인수 무산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선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가 불가하고 특정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며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린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과 마찬가지로 EU 경쟁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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