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에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급등했다. 이번 지분 매각이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현대모비스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는 6일 6.36% 오른 1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123만2299주(지분율 3.3%), 정 명예회장은 보유 주식 전량인 251만7701주(지분율 6.7%)를 시간 외 매매로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특수목적법인(SPC) 프로젝트 가디언홀딩스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10%에 해당한다.
지분 매각 이후 주가가 오른 건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상장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오너 일가가 29.9%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 우려가 큰 상태였다. 주가는 지난해 1월 25일 연고점(23만5000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11월 30일 연저점(14만4000원)을 찍었다. 이번 매각으로 정 회장 지분율이 19.99%가 되면서 현대글로비스는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분을 사간 주체가 칼라일이라는 점도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칼라일은 이사 1인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와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때 동반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비스의 3대 주주가 된 칼라일은 단순 재무적투자자(FI) 역할보다는 이사회 등을 통한 경영 참여로 글로비스 기업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적투자자(SI) 역할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사업 투자와 주주 환원 전략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분 매각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지분 21.4%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이다. 오너 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7.5%에 불과하다. 정 회장 지분율은 0.3%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 대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정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 7.15%를 승계하고 여기에 필요한 세금을 납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현대모비스 주가도 4.86% 오른 2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대금은 정 회장 2009억원, 정 명예회장 4104억원 등 총 6113억원이다. 이들은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를 통해서도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정 회장이 534만 주, 정 명예회장이 142만 주를 매각하면 대금은 각각 최대 4000억원, 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018년 지배구조 변화를 시도했다가 철회했던 현대차그룹의 경험에 비춰볼 때, 향후 지배구조 변화 과정은 시장 친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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