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6일 14: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방송인 허경환씨가 설립한 ‘허닭’이 간편식(HMR) 1위업체인 프레시지에 매각되면서 몸값을 10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지분율을 고려할 때 허 씨는 300억원 가까운 '대박'을 거두게 됐다. 하지만 허 씨는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대신 대부분 지분을 프레시지 지분으로 맞바꾸기로 결정하며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프레시지는 허닭의 인수 과정에서 회사 기업가치를 1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닭 지분 29.3%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허 씨의 지분가치도 최대 290억원까지 평가된 셈이다. 인수 측은 허 씨 등 기존 운영진과 벤처캐피탈(VC)운용사 등 허닭 기존 주주들에 주식을 현금으로 매각하거나 프레시지 신주로 교환하는 선택지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허 씨가 허닭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한 금액은 단 수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대다수 지분을 프레시지 지분으로 바꾸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기존 허닭의 경영권은 프레시지가 보유하지만 허 씨는 허닭의 임원으로 재직하며 사업에 관여하기로 결정했다. 추후 프레시지가 상장(IPO)에 성공하거나 재매각이 될 때 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허닭은 프레시지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보유 중이던 총 362종에 달하는 캐주얼 간편식 제품을 프레시지 플랫폼을 통해 유통할 수 있게 됐다. 허닭은 2020년 340억원, 지난해는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허닭 경영진들이 현금화 목적에서 M&A에 나섰다기보단 랭킹닭컴, 아임닭 등 경쟁사들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다보니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한 거래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허닭이 포함된 닭가슴살 유통시장은 최근 격변기를 맞고 있다. 경쟁사인 아임닭은 치킨프렌차이즈 업체인 교촌이 유력한 새 주인으로 부상했다. 랭킹닭컴을 운영하는 푸드나무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프레시지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를 새 주인으로 맞은 후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앵커PE는 지난해 10월 프레시지 경영권을 인수한 직후 건강·특수식 전문몰인 닥터키친을 추가 인수했다. 허닭과 동시에 물류기업 라인물류시스템을 인수하기도 했다. 라인물류시스템은 전국 단위 콜드체인을 구축한 물류 전문 기업이다. 최근에는 미니스톱 인수에도 뛰어드는 등 식자재 유통 및 HMR분야에서 M&A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을 펴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