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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없는 애플은 끝" 팀 쿡 비웃더니…10년 후 '역대급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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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3년 4월.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애플이 팀 쿡을 대체할 최고경영자(CEO)를 은밀히 물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여름 쿡이 CEO를 맡은 이후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무렵 온 세상이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은 끝'이라고 떠들어댔다.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잡스의 빈자리를 아쉬워 했다.

세상은 틀렸다. 쿡은 애플을 인류 최초의 시가총액 3조 달러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쿡은 잡스의 비전을 수익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탄탄한 수익에 기반해 메타버스,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영역에서 잡스를 넘어서는 혁신을 만들어내려 한다.
지독한 협상가 팀쿡이 세운 3조달러 기업
3일(현지시간) 애플은 전 거래일 대비 2.5% 오른 182.0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애플은 장중 182.88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은 이로써 인류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를 달성한 기업이 됐다. 잡스가 1996년 말 애플 복귀 후 사임할 때까지 주가를 6300% 올려 시총 3700억달러 기업으로 키워냈다면, 쿡은 이후 현재까지 주가를 1480% 올려 시총 3조달러 기업으로 만들었다.

쿡은 잡스 만큼 창의적일 수 없었고 스스로 그러길 바라지도 않았다. 대신 쿡은 잡스 만큼, 혹은 그보다 더 지독한 협상가였다. 고상한 취향을 가진 잡스는 제품을 만들 때 부품조차 비싼 맞춤형으로 주문했는데, 쿡은 최대한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수점 네자리까지 가격을 협상했다. 이러한 경험은 중국 내 애플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잡스는 CEO 시절 중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쿡은 중국 정부관계자와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23.6%)다.

쿡은 주주와도 적극적으로 협상했다. 잡스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다. 자사주를 사느니 신제품 개발이나 인수합병(M&A)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어마어마하게 쌓여가는 현금은 경영 비효율을 보여주는 단면이 됐다. 쿡은 주주들의 요구에 맞춰 2012년부터 자사주 매입을 하기 시작한다.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애플이 자사주매입·소각에 들인 금액은 4670억달러(약 557조원)다. 이스라엘의 한해 국내총생산(GDP) 만큼 자사주를 샀다는 얘기가 된다.

자사주매입은 애플 주가 상승의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 내 주식 공급을 줄기 때문에 기업의 주가도 오르고, 주당이익도 증가해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금 및 매각가능한 채권을 1900억달러어치 갖고 있어(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사주 매입은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AR/VR 헤드셋에 애플카 기대감까지
지난해 애플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물론 수요는 강력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강력한 수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며 물건을 수요만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에 3분기 매출이 증권가 컨센서스를 밑돌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다만 공급망 문제는 애플 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수익 자체가 독보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주가는 올랐다.

최근 1 년 통틀어(2020년 10월~2021년 9월) 매출은 전년 대비 33.2% 증가한 3658억달러, 영업이익은 63.4% 증가한 1089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애플뮤직과 앱스토어 등을 비롯한 서비스 매출 덕이라고 분석한다. 다니엘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서비스 부문이 지난해 주가 상승에 기여했으며 이 부문의 가치는 1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웨드부시는 3일 애플에 대한 목표주가를 200달러로 제시했다.

올해 애플은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 올해 아이폰14도 출시되지만 시장이 가장 기대하는 건 AR/VR 헤드셋이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회사 이름을 바꾸는 등 전세계 기업이 막 개화하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올해 소비자를 사로잡을 만한 AR/VR 헤드셋을 발표하면 게임체인저로 재리매김할 수 있다.

보다 장기적으론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애플은 2025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톰 포르테(Tom Forte) D.A 데이비드슨 분석가는 "애플의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돌파한 만큼 신제품 출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부담도 늘어났을 것"이라며 "애플이 메타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애플카를 성공적으로 출시한다면 애플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가 아닌 4조 달러를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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