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고대 로마 유적 인근에 매장을 내려던 맥도날드의 오랜 꿈이 무산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은 행정 분쟁 관련 자문 기구인 이탈리아 국가자문위원회(CdS)가 로마 카라칼라 욕장 인근의 매장 설립을 불허한 시 당국 조처가 부당하다며 맥도날드 측이 제기한 이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카라칼라 욕장 옆 옛 야외 정원 약 242평 부지에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를 포함한 대형 매장 건립을 위해 2015년 로마시의 사업 인가를 받았다.
이 매장에는 130만유로(약 17억5000만원)가 투입될 예정이었고, 맥도날드의 사업 계획안에는 250석에 180대의 주차가 가능한 매장과 어린이·가족 놀이시설을 만드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유적 주변 경관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한 환경·문화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로마시는 2019년 일부 공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돌연 사업 인가를 철회했고, 이후 맥도날드와 로마시의 본격적인 행정·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맥도날드는 시와 중앙정부에 이의·행정심판을 청구하고 로마가 속한 라치오주(州) 행정법원에 소송까지 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맥도날드는 마지막 수단으로 최근 국가자문위에 판단을 맡겼지만 국가자문위의 이번 결정으로 카라칼라 매장 설립 희망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자문위 권고에 따른 중앙정부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지만 이 결정이 번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콜로세움에로 도보로 15분 거리인 카라칼라 욕장은 216년에 완공된 목욕탕으로 한꺼번에 16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다.
바닥 모자이크를 비롯해 건물 뼈대가 일부 남아 있어 보존 가치가 큰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여름에는 오페라와 같은 클래식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