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기존 세대보다 유독 '공정성'을 강조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소중히 여긴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김찬석, 이현희 청주대 인문사회대 교수와 손정희(한양대 대학원 박사과정)씨는 지난 10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MZ세대의 커뮤니케이션 고유 특성에 대한 각 세대별 반응 연구' 논문을 한국커뮤니케이션디자인협회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회에서 발표했다.
◆MZ세대만 유독 공정하고 자아가 강할까
우리나라의 세대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1946년생부터 1964년생까지를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 1965년생부터 1978년생까지를 의미하는 X세대, 1979년생부터 1995년생 까지를 말하는 밀레니얼(M) 혹은 Y세대, 1996년생부터 2010년생까지를 말하는 Z세대로 구분된다. 이 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MZ세대에 대해서는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고유의 특성이 있는 것으로 줄곧 묘사해 왔다.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이 한 때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중견 세대와 인사 관리자들은 새로운 세대인 이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파악는 데 많은 시간투자를 해왔다.
연구진은 이런 이미지가 실체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먼저 미디어 등에서 'MZ세대의 특성'이라고 주로 일컫고 있는 다섯가지 특성(△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능숙성 △새로운 콘텐츠 선호도 △문제해결능력 △공정 및 가치관 △도전의식)을 추출한 다음, 각 세대에 해당하는 50명을 뽑아 자신들이 해당 특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묻고 항목별로 점수화(4점 만점) 했다.
먼저 M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뉴미디어 사용에 능숙하고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훨씬 높다는 점은 확연하게 드러났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능숙성 지표에서 M세대는 3.54점을, Z세대는 3.56점을 기록했지만 X세대는 2.82, 베이비붐 세대는 2.46점을 기록해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회적 공정성' 이슈에 유독 민감하거나, 가치관이 뚜렷하다거나 도전의식이 투철하다는 인식은 MZ세대만의 전유물로 볼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 및 가치관, 도전의식, 문제해결능력 각 항목에서는 세대별로 나란히 3점대 초반을 기록해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에 대해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역시 MZ세대만큼 자신만의 기준에 맞춰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공정을 중요한 이슈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역시 젊었을 때 기성세대에 도전하며 나름의 가치관과 공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다는 설명이다. 모든 세대가 젊었을 때 가지는 특성일 뿐 특정 세대만의 전유물이라고 볼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세대 개념은 특정 그룹을 거칠게 일반화하고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리어 방해가 된다"고 분석했다. MZ세대가 기존 세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MZ세대'라는 의식, 밀레니얼(M)세대가 더 커
연구진은 MZ세대라는 인식에 대해 M세대와 Z세대 별로 분석에 나섰다. 최근 기업은 마케팅 활동에서 가상인간 광고 모델이나 메타버스 등 새로운 홍보수단을 도입하면서 'MZ세대를 겨냥했다' 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연구진은 'MZ세대'라는 단어로 묶기엔 M세대와 Z세대의 차이는 확연하며 이들을 묶어서 마케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홍보에는 되려 다른 세대보다도 더 관심이 없었다. 'MZ세대 타깃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조사한 결과 Z세대는 2.28점에 그쳐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M세대는 2.76점으로 가장 관심도가 높았다. 'MZ세대'를 겨냥한 홍보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세대는 M세대였으며 Z세대는 오히려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보다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를 함께 타깃팅한다면 Z세대에 대해선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 밖에 M세대와 Z세대만 놓고 비교하면 '도전의식'이나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도 오히려 M세대(3.16)가 Z세대(2.76)보다 높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M세대가 의식적으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앞서 나가야 하는 것을 열망하거나 강박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을 같은 세대로 놓고 볼 게 아니라 별도의 타깃팅을 하는게 필요해 보인다는 게 연구진의 제언이다. 연구진은 "79년에서 95년생인 밀레니얼 세대와 96년에서 2010년생인 Z세대는 1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그 범위가 넓다"며 "상업적 대상 등을 설정할 때 이 둘을 같이 보는 건 올바른 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Z세대를 잡으려면 어떤 기술 필요할까
연구진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할 때 뉴미디어 사용이나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들의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을 기준으로 타깃을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선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분석하는 것 보다는 이들이 접하는 기술의 특성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생년 구분 상 Z세대의 경제력은 10년 후 지금보다 5배 늘어난 33조 달러에 달할 것이고, 2031년엔 세계 개인소득의 25%를 차지해 M세대를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제 중견을 향해 가는 M세대와 엄연히 구분되는 Z세대의 '기술적' 특성은 뭘까.
정은이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보도제작과 조교수는 지난해 9월 발표한 'Z세대가 선호하는 방송콘텐츠에 관한 연구'에서 "Z세대는 밀레니얼세대와는 또 다른 세대적 특징을 보인다"며 Z세대의 특징으로 순간의 즐거움과 자유를 대표하는 '숏폼', 감성을 대표하는 '뉴트로'를 중요 키워드로 꼽는다.
숏폼이란 짧은 형태로 가볍게 즐기기는 동영상을 말한다. 숏폼은 이동하면서 즐기기 편하고, 큰 집중 없이 한 순간 가볍게 즐기기 좋은 콘텐츠다. 숏폼 안에서 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트로는 이전 세대가 즐기던 과거 노래나 드라마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Z세대의 특성이다. 다만 기존 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복고'로 즐기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처음 접한' 콘텐츠로서 신선함을 느낀다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예전 세대의 노래가 드라마가 훨씬 감성과 진솔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Z세대가 현세대를 공감하지 못하는 천둥벌거숭이처럼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그밖에 김희현 중앙대 예술대 교수와 연구진(주저자 박사과정 한결 씨)도 올해 3월 발표한 'Z세대 타깃 디지털 광고 전략 연구'에서 "Z세대는 5초 뒤에 광고를 건너뛸 준비가 돼 있다"며 "그 안에 이목을 끌수 있는 티징 장치와 유머코드를 이용한 공감을 얻는 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연준 홍익대 미대 교수와 연구진(주저자 박사과정 박정례 씨)도 올해 9월 내놓은 'Z세대를 위한 트랜스브랜딩 전략에 관한 연구'에서 "Z세대는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초연결의 핵심이 될 세대"라며 "구찌가 가상공간(제페토)에 내놓은 구찌빌라, 스타벅스코리아의 원거리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오더 등 모바일 중심의 주문결제 및 혁신적 기술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HR업계 전문가는 "이집트의 상형문자나 중국 한비자에도 '요즘 세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기록이 발견된다"며 "새로움을 추구하고 기존 세대에 반감을 가지는것은 세로운 세대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려면 이들이 활용하는 의사소통 기술을 직접 사용해 보고 즐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