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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정치권 압박에 점포 못 없애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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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폐쇄 여부를 두고 주민과 갈등을 빚어온 서울 노원구 월계지점을 폐쇄하지 않고 직원 3명을 상주시키는 ‘디지털 출장소’로 바꾸기로 했다. 은행의 점포 한 곳이 폐점을 면한 사례지만, 향후 금융권에 끼칠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디지털 금융’에 대응하려는 전통 은행들의 점포 축소 계획이 주민 반발과 정치인의 압박으로 무산된 선례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인까지 나서 ‘점포 폐쇄 반대’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월계지점을 폐쇄하는 대신 출장소로 전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 반발에 부담을 느낀 은행 측이 기존 폐쇄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점포를 그대로 두고 최소 직원 3명을 상주시켜달라고 요구해온 지역 주민과의 갈등은 일단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월계동 삼호아파트 인근 상가단지에 있는 월계지점을 인근 장위동 지점으로 통폐합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공고했다. 이에 주민들은 “1만여 명이 이용하는 은행 점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면 불편이 클 것”이라고 반발했고,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폐쇄할 지점 자리에 스마트 기기를 두는 ‘디지털 라운지’를 설치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구를 없애는 대신 스마트텔러머신(STM)과 비대면 화상 서비스가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를 두고, 기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직원 1~2명을 배치하는 식이다. 대책위는 이런 계획에도 “고령자의 금융 접근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고, 지난 16일 신한은행 본점을 방문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어 시민단체가 금융감독원에 지점 폐쇄를 반대하는 진정서를 내고, 해당 지역구의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한은행 경영진을 만나 폐쇄를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신한은행이 안내직원 1명과 창구직원 2명을 두는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하겠다고 양보했다.
점포 폐쇄는 계속된다
주민 반발과 정치권 압박으로 점포 구조조정 계획이 무산되자 시중 은행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디지털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점포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대형은행이 한 개 점포를 유지하는 데 연평균 20억원 안팎(영업점 자체 판매관리비 기준)이 든다. 마진율을 1%로 잡으면 2000억원의 여·수신 물량을 확보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이를 넘지 못하는 점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전국 지점 수는 2018년 말 기준 4698개에서 올 연말(계획 포함) 4211개로 3년 만에 10% 넘게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비대면 금융이 확산하면서 점포 방문 소비자는 줄고 있다. 특히 월계동처럼 오래된 아파트촌 인근의 지점은 입금, 이체 등 단순업무 고객이 많아 수익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점포를 줄이겠다’는 은행과 ‘없애지 말라’는 지역 주민·정치권·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전남 목포시 영산로에 있는 목포지점을 폐쇄하겠다고 공고한 뒤 목포시는 물론 지역 정치인의 항의를 받고 있다. 월계지점에서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27일 국민은행은 이 지점과 200m 거리에 있는 ‘월계미성 출장소’를 폐쇄했다. 다음달 24일에는 1㎞가량 떨어진 공릉역 지점을 없앨 예정이다. 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선 마지막까지 점포를 남겨두는 은행이 손해를 떠안는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며 “은행도 비용을 줄이거나 수익을 높일 유인이 필요한데, 무작정 없애지 말라고만 하니 곤란한 처지”라고 했다.

김대훈/빈난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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