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에서 33㎞ 떨어진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응암리 대구국가산업단지. 이곳에 7년 전 한우식당을 연 전재목 씨는 “대구국가산단이 2016년 말 완공됐지만 공장 가동은 5년 만인 올해 초 본격화됐다”며 “국가산단이 이제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영희 대토부동산 대표는 “쿠팡 등 대형 기업들의 공장과 물류센터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국가산단 일대 10여 개 아파트 단지에 인구 2만여 명의 도시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주도한 ‘5+1 신산업’ 기업들이 대구국가산단과 대구테크노폴리스로 속속 입주해 설비 가동을 본격화하면서 20여 년간 정체를 거듭해온 대구 경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국가산단(855만㎡)에는 177개 기업이 분양을 받아 이 가운데 127개 기업이 공장을 가동 중이고, 테크노폴리스에는 110개 기업이 설비를 운영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첨단신산업 기업 중심인 두 단지의 생산액은 지난해 대구 총생산의 10%를 넘어섰다. 신산업 혁신의 성과가 산단에서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국가산단의 입주는 2017년 시작됐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와 올해 공장을 등록한 기업이 34개에 달한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와 물 기업인 피피아이, 로얄정공, 인터넷 쇼핑몰 기업 쿠팡 등이다. 테크노폴리스에도 현대모비스, 성림첨단산업, 옵티머스시스템 등 신산업 분야 13개 기업이 올해 입주계약을 했다.
대구시는 1990년대 후반 위천국가산단 지정을 추진하다 부산·경남지역 반발로 무산된 뒤 한동안 기업을 담을 ‘그릇’을 만들지 못했다. 이후 섬유 중심의 산업구조 혁신마저 실패하면서 2010년대 중반까지 경제가 퇴보하는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해야 했다.
지역에서는 대구의 ‘경제 전환점’이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대구국가산단이 각각 준공된 2013년과 2016년 이후부터란 평가가 나온다. 2014년 취임한 권 시장은 5+1 신산업 혁신에 나서 7년간 물·로봇 인프라를 유치하고, 미래차 연구개발(R&D)을 지원했다.
그 결과 물 기업은 2014년 20개에서 올해 128개로, 로봇 기업은 48개에서 202개로 늘어났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동모터와 영구자석 등은 경창산업과 성림첨단산업 등 대구 기업들이 전량 생산하고 있다. 권 시장은 “취임 초 산업혁신을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 회의적이었지만 이제 이들 기업이 대구 경제의 미래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자율주행차와 관련, 100㎞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스마트시티 1호 도시로도 지정받았다. 지난 27일 3선 도전을 선언한 권 시장은 “지금부터는 5+1 시즌 2를 시작할 것”이라며 “시즌 1이 산업혁신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제는 기업 스케일업(고성장)과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