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 놀랄 수 있겠지만 포르쉐코리아는 매출(판매량)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브랜드 경험 수준을 높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포르쉐는 반도체 영향이 거의 없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게어만 사장은 “한국 소비자는 차량 세부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가죽에 들어간 바느질 모양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이런 특징이 있는 한국 시장에선 당장 판매량을 신경쓰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브랜드 경험, 서비스 등에서 포르쉐의 고급스러운 감성을 느끼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대 2년 대기에도 ‘주문 러시’
코로나19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포르쉐 전시장엔 차량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모델별로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다. 차량 가격은 최소 1억원 이상이지만 이와 관계없이 ‘출고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는 첨단 편의사양을 아날로그로 바꾸는 ‘마이너스 옵션’ 차량을 출고하는 추세다. 다만 포르쉐코리아는 일부 편의사양을 제거한 차량을 출고하고, 추후에 이를 보완해주며 반도체 공급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인의 ‘포르쉐 사랑’이 유별나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게어만 사장은 “딜러가 고객과 1 대 1로 취향을 최대한 파악해 원하는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며 “포르쉐코리아도 반도체 공급난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본사와 협업해 풀옵션 차량을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초엔 반도체 공급난에서 회복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게어만 사장은 “2019년 선임된 이후로 2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데 한국인이 차에 얼마나 열정적인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서울 모빌리티쇼에서처럼 새로운 차량을 출시할 때마다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포르쉐는 지난달 26일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파나메라 플래티넘 에디션’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이를 포함해 12개 차량을 전시했다. 전시장에는 포르쉐의 새 차량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기차에만 올인하지 않는다”
게어만 사장은 “포르쉐는 전용 전기차에만 올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향후 5년 또는 10년 내 전기차만 내놓겠다고 발표한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 다른 행보다. 대신 포르쉐는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가솔린 차량에는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으로 결합해 제조한 ‘이퓨얼(e-fuel)’을 연료로 이용해 탄소 배출을 줄일 계획이다.그는 “전기차 생산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본질”이라고 했다. 포르쉐는 2030년까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와 전용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게어만 사장은 자율주행 트렌드에 관해선 “자율주행차가 발달해도 운전하는 재미를 좋아하는 고객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자율주행이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인 만큼 포르쉐의 경우 출퇴근할 때는 첨단보조 주행장치와 자율주행 기술을 일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출시된 포르쉐 타이칸을 즐겨 타고 교외나 해안 도로 주행을 한다.
게어만 사장은 “포르쉐가 한국 소비자의 호평을 받아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라인업을 출시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