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라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에 대해 "작전주와 주가조작에 대한 단속률이 매우 낮다"며 "이러니 시장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우리 시장이 세계 자본시장에 차지하는 비중도 큰데 디스카운트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이 후보는 코스피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거론하며 "17~18배 정도까지 가니까 50%만 (상승)해도 (지수가) 4000을 넘지 않냐는 것"이라며 "임기 내라고 딱 단정하기 그런데 제가 보기엔 충분히 그 정도 갈 수 있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요소가 이유가 됐던 것 같다"며 "지금은 시장의 불투명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했다가 혹시 나도 털리지 않을까, 소위 '개미핥기'에게 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불투명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구조 자체가 매우 왜곡된 점"이라며 "기술 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유망한 중소기업이 해외로 탈출한다. 기업 경제환경 토대가 나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지금 금융감독원에 (주가조작 단속) 인원이 20여 명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걸 수백 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철저하게 관리해서 아예 꿈도 못 꾸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일각에서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매도 폐지는 하도 화가 나니까 하는 소리"라며 "사실 폐지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건스탠리 선진지수(MSCI)에 들어가야 뮤추얼펀드가 장기투자를 할 텐데 지금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으로 분류되다 보니 장기투자가 안 들어온다"고 했다.
이 후보는 "개미들(개인 투자자)은 90일 안에 상환해야 하는데 기관은 그런 것도 없이 계속 연장하지 않느냐"며 "공모주 청약도 안전판 역할은 있지만 꼭 기관에 많이 줄 필요가 있을까. 비율은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날 방송에서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 증권회사에 다니는 대학 친구의 권유로 주식을 샀다"며 "그런데 첫 주식이 알고보니 작전주였다"고 회고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주가조작 공범임을 얼떨결에 털어놓았다"며 이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이 후보 직속 공정시장위원회는 26일 최대주주 경영진 및 내부거래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주식시장 개혁방안을 제안했다. 공정시장직속 위원회는 "회사 쪼개기, 특히 물적분할 후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행위로, 모회사의 성장가치를 보고 투자한 소액주주가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고 있다"며 "관련 법령과 규정을 개정하여 소액주주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