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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도 못말리는 "한정판 사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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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9시 서울 서교동의 한 의류매장 앞. 추운 날씨에도 400여 명이 줄 서 있었다. 전날 밤부터 100여 명이 모이기 시작해 오전 6시께 인산인해를 이뤘다. 줄은 근처 빌라 1층 주차장까지 이어졌다. 캠핑 의자, 담요 등을 가져와 밤샘에 대비한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날 낮 12시에 출시된 옷을 사기 위해서였다. 래퍼 빈지노가 만든 브랜드 ‘아이앱스튜디오’와 청바지 브랜드 리(LEE)가 함께 만든 한정판 컬래버레이션 제품이다. 패션업계에선 “옷을 사서 입으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구매 후 비싼 가격으로 되팔려는 사람이었을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경기에서 왔다는 20대 김모씨는 오전 6시에 도착했는데도 대기번호 240번을 받았다. 그는 “구매하고 싶은 청 재킷이 있어 일찍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입다가 중고로 팔아도 원래 샀던 가격보다 비싸게 매도할 수 있어 손해 볼 게 없다”고 말했다. 대기 줄을 관리하던 매장 관계자는 “8만9000원짜리 맨투맨 티셔츠가 출시도 되기 전인 어제 리셀 플랫폼에 50만원으로 올라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한정 판매 제품 등을 대상으로 한 리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국내 신발 리셀 플랫폼 크림을 예로 들면 올 11월까지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3배 증가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코는 글로벌 신발 리셀 시장 규모가 2019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셀 시장에서 인기 품목으로 손꼽히는 나이키 ‘에어 조던’ 시리즈의 경우 발매가보다 수십 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22만원에 선보인 ‘조던1 오프화이트 레트로 하이 시카고’는 현재 1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된다.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함께 만든 신발도 10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온라인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돈을 미리 받고 배송을 계속 미루거나 잠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선착순에 들지 못해 리셀로 한정판 신발을 구매한 A씨는 “6개월 전 중고거래 카페에서 ‘스투시 포스’ 제품이 25만원에 올라온 것을 보고 구매했지만, 돈과 신발 모두 받지 못했다”며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얼마 전 별다른 성과 없이 수사를 종결할 것이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재호 더치트 이사는 “가격이 시장가보다 너무 싸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가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보가 하나로 모이기 쉽지 않고 관할 경찰서가 제각각이라 수사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더치트 통계에 따르면 대표적 리셀 신발인 ‘조던’ 시리즈 관련 사기 피해 금액은 올해 3억1500만원 규모로 2018년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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