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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역대급" 경고에도…집값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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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거품 수준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시장 거품과 왜곡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불균형 수위를 나타내는 부동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 3분기 100을 기록했다. 통계가 집계된 199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고, 지수 범위의 상한이다.

부동산 FVI는 주택가격 비율, 주택가격 상승률, 중대형 상가임대료 상승률을 고려해 0~100 범위로 산출한다.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금융취약성 지수는 지난해 4분기 91.59에서 올해 1분기 91.85, 2분기 97.23으로 계속 높아지다 상한인 100을 기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열풍에 가계·기업 빚도 9월 말 기준 3343조원으로 늘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1844조9000억원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이 8.8%, 기타대출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11.6% 증가했다.

한은은 발생 확률이 10%라고 전제하면서 국내 자산가격 붕괴와 채무상환 불이행, 내수 침체, 글로벌 금융위기 등 복합 충격이 발생하면 내년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부동산시장 자금 쏠림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투자수요가 완화되도록 주택공급을 확대해 가계부채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화당국이 직접 나서 공급부족 여파에 부동산 시장 거품이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경고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기존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주택 매매시장은 비록 거래 위축이 있기는 하나 주요 지역에서 가격 하락 사례가 확산되는 등 하향 안정 흐름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를 통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자는 논의에 대해서는 "정책 일관, 형평 문제 등을 감안해 세제 변경 계획이 없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주택 사전청약 물량을 6000가구 추가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장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 대신 5~10년 뒤 미래의 물량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수요억제를 위해 조정지역 설정을 손쉽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물가는 덜 오르고 집값만 뛴 것 같은 착시효과를 내도록 물가지표를 개선했다는 것이다. 전일 기재부 산하 통계청은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 지수 개편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은행이 반영을 권고한 '자가주거비(주거형태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가 빠졌다.

조정지역을 지정하려면 해당 지역 집값이 물가에 비해 일정 기간, 일정 수준 이상 높아야 한다. 집값상승분을 포함한 모든 물가의 평균값과 집값상승률을 비교해야 하는데, 물가에서 올들어 가장 많이 오른 집값을 빼버리면 집값 상승이 도드라져 조정구역 지정이 쉬워지는 결과를 낳는다. 조정구역에는 주택담보대출 제한, 청약요건 강화, 부동산 과세 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가 적용된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가시적인 공급 없이 수요 억제만 지속하면서 시장 왜곡만 키우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나 사전청약은 공급이라 볼 수 없다. 아파트 공급의 기준은 분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요는 통제할 수 없기에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1년에 50만 가구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 "미래 공급량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인허가로 보면 수도권이 43만 가구에서 26만 가구로 줄었다"며 "헌데 수도권 가구 수는 예상보다 늘었다. 통계청은 15만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론 30만 가구가 늘었다. 시장 상황이 나빠질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왜곡됐고 그로 인한 부작용들이 발생했다. 강남은 안정적인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급등한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규제를 피해서 소형·저가 주택에 몰리니 발생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모든 진영에서 공급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헌데 공급은 민간 건설사들이 이윤을 추구할 수 있어야 늘어난다"며 "정부가 집값 상승 없이 공급을 늘리려면 건설사들의 개발비용을 낮춰주는 등의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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