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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모' 빌런 김서하 "욕을 먹을수록 기분 좋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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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고 소름 돋는 연기력이었다.

배우 김서하가 최근 종영한 KBS 2TV '연모'에서 맡은 창운군은 소시오패스였다. '연모'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남장을 하고 살아가야 했던 세자 이휘(박은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그를 위협하는 정치적인 갈등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마지막까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극 중 욕망에 사로잡혀 인간성을 잃은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지만 창운군은 그중 끝판왕이라 할 만한 인물이었다. 종친이라는 신분을 무기 삼아 방탕하고 광기 어린 행동을 할 뿐 아니라 왕세자인 이휘에게도 활시위를 당기며 제멋대로 행동했다.

이휘가 여자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은 후 그를 괴롭히는데 주저함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권력의 원천인 큰어머니 대비(이일화) 앞에서는 예의를 지키며 '강약약강'의 전형을 보여줬다. 창운궁이 등장할 때마다 "혈압이 오른다"는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를 연기한 김서하는 "욕을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어릴 때부터 영화,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해 배우를 꿈꾸게 됐다"는 김서하는 2015년 MBC '역도요정 김복주'를 시작으로 작은 역할들부터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 왔다. 수염을 지우고 마주한 김서하는 선량한 눈매에 시원시원한 미소가 돋보이는 '훈남'이었다.

김서하는 "감독님께 '착하게 생겨서 걱정을 많이 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수염을 붙이고 연기를 하니 자신감도 붙었다. 욕심을 내서 '흉터까지 분장에 넣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는데, 그건 '너무 세 보인다'면서 저지당했다"고 창운군이 탄생하기까지 후일담을 전했다.

"주변 분들도 놀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좀 실망하셨어요. 아들이 잘생기게 나오길 바라셨나봐요. 그러더니 막바지엔 '넌 언제 죽냐', '죽을 거면 확실하게 죽어야 한다', '비굴하고 얄밉게 죽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죽을 땐 집에서 기면서 얄밉게, 확실하게 죽는 방법을 연습했죠.(웃음)"

뿐만 아니라 소시오패스라는 설정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영화, 기사 등을 찾아보면서 연구하며 창운군을 만들어갔다. 김서하는 "사람을 보면서 나쁜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창운군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선택적 분노조절 '잘'해'인 사람 같았다"며 "그런 캐릭터가 나오는 국내 작품 뿐 아니라 '장고'와 같은 해외 영화들도 찾아보면서 연기에 참고했다"고 전했다.

극중엔 이휘를 위협하고, 정지운(로운), 이현(남윤수) 등과 마주칠 때마다 으르렁거렸던 창운군이지만, 현장에서는 "함께 게임을 하며 친하게 지냈다"고. 사극 촬영의 특성상 지방 촬영이 많고, 함께 숙박을 하면서 붙어있는 시간이 많기에 "각자의 방에 놀러도 가고, 함께 대본도 맞춰보고, 쉴 때엔 게임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은빈에 대해서는 "많이 보고 배웠다"면서 "(박)은빈 누나가 현장을 다니며 대화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걸 보면서 '아, 저렇게 친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극중엔 '하대'를 했지만, 실제로는 박은빈이 김서하보다 1살 많은 누나였다. 김서하는 "저에겐 연예인이었고, 괜히 옆에 가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는데, 제가 생각한 이미지보다 훨씬 유쾌하고 잘 웃어주는 분이었다"며 "성격이 좋아서 장난을 쳐도 다 받아줘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전작인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마요'에 이어 '연모'까지 함께하게 된 로운은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이 비슷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합을 맞출 때에도 좋았다"면서 "연기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연모' 속 액션 장면을 찍다가 검에 부딪혀 손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어도 "크게 다치진 않았다"면서 "힘든 것도 모르고 촬영이 지나갔다"면서 애정을 보였던 김서하였다. "아직 해본 것보다 해보지 않은 게 더 많아서 어떤 역할이든 해보고 싶다"며 열정을 내뿜던 김서하는 "신인상을 타는 게 지금 눈 앞의 목표"라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케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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