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이달 2일로 건국 50주년을 맞았다. 1971년 건국 당시 인구 28만이던 나라가 50년 만에 1000만 인구를 가진 영향력 있는 중동 국가가 됐다. UAE와 우리나라는 수교 41년이 됐다. 시작은 스포츠외교였다. 1978년 김명호 선생이 아부다비 왕가의 고향 알아인 탁구클럽 감독으로 초청돼 10여 년간 UAE 국가대표 탁구 감독을 했고 2005년에는 박형문 사범이 UAE 국가대표 태권도 감독을 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2009년에는 한국전력공사가 UAE 원전을 수주했고, 현재 아부다비에는 아크부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올해는 국산 미사일인 ‘천궁2’를 수출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라스알카이마에 있는 왕립병원을 위탁운영 중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이런 양국관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UAE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동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살아보면 분쟁은 남의 나라 얘기다. UAE 하면 세계적인 관광지 두바이를 떠올리지만 두바이는 UAE의 7개 부족왕국 중 하나일 뿐이다. UAE의 최대 부족왕국은 아부다비로 아부다비의 영주(셰이크)가 UAE의 대통령이다.
아부다비는 UAE 영토의 80%를 차지하고, 대부분의 유전은 아부다비에 있다. 이 경제력을 기반으로 아부다비는 UAE의 외교와 국방을 책임진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는 건국 50주년 기념사에서 “UAE는 우호·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임무를 계속할 것이며, 모두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들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새로운 선언은 아니다. 2020년 UAE가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 ‘아브라함 어코드’를 보면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아부다비 왕가는 이슬람과 관련된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파키스탄과 인도의 갈등도 중재한다고 한다. 이런 정치전략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UAE는 인구 1000만 중에 에미라티(UAE 자국민)가 12%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인도인이 약 35%, 파키스탄인이 약 15%, 그 외 중동과 아프리카인, 유럽인 그리고 우리도 그중 하나다. 이렇다 보니 평화를 앞세우고 강력한 경찰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현재 아부다비 왕가의 정치력은 국제적으로 중요하고 또 안정돼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건국 50주년을 맞아 UAE는 세계평화를 기치로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투자와 협력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UAE는 외교적으로 국제적인 갈등을 조정하면서 경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기업유치에 뛰어들었다. 올해 4월 아부다비 최대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펀드는 헬스케어와 최신 기술, 파괴적 혁신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국민 인구와 연구 역량이 부족한 UAE가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과 협력하고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UAE는 우수한 인재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에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좋은 형제국가다.
대한민국은 UAE와 손잡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인의 강점을 살려 세계적인 바이오 허브, 헬스 케어 허브, 문화 콘텐츠 허브로 함께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가가 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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