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1415의 음악은 늘 편안하게 귀에 감긴다.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맛의 보컬과 멜로디가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든다. 인생의 BGM처럼 어떤 일상에서든 자신들의 음악이 함께하길 바란다는 1415의 신념과 꼭 닮아있다.
1415는 최근 세 번째 EP '냅스!(naps!)'를 공개했다. 지난해 3월 '우리 참 오래 만났었나 봐' 이후 무려 1년 9개월 만의 컴백이다.
최근 한경닷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주성근은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왔다. 오랜만이라 떨리고 첫 앨범을 내는듯한 설렘도 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셨다는 걸 느끼고 감격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지현 역시 "새로 준비한 많은 것들을 같이 나눌 수 있게 돼 너무 벅차다"고 전했다.
이번 역시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이 인상적이다. '냅스!'는 지친 일상과 숨 막히는 사회,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숙제인 요즘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현재를 외면하거나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줌의 희망을 갖고 스스로를 아껴주자는 위로와 위안을 건네는 총 5곡이 수록됐다.
'냅스!'에 담아내려 한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묻자 주성근은 "우리가 느껴온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었다. 많이 기다려준 리스너 분들께도 힘이 되고 싶었다. 전체적인 앨범의 모티브를 잡고, '냅스'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흐르게끔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오지현은 "낮잠을 선물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힘든 상황에 오래 기다려주신 팬분들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들었다"면서 "앨범을 열어볼 때 선물 같은 느낌, 선물 패키지를 받는 느낌을 드리고 싶어서 비너스맨션 작가님과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비너스맨션과는 첫 EP앨범부터 아트웍, 모션그래픽 영상 등의 작업을 같이 해왔다. 1415는 "예전에 팬분들과 단톡방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제작하게 된다면 어떤 품목이 좋을까요'라는 주제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투표도 했다. 그걸 기반으로 비너스맨션과 함께 이번 앨범 아트웍부터 패키징까지 작업됐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냅스!'는 복잡한 머리를 비워내고 나른하게 낮잠을 자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포근한 분위기의 곡으로, 데이식스 멤버 원필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타이틀곡 선정과 관련해 주성근은 "가장 저희다운 곡이기도 하고, 이번 앨범이 향하는 전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타이틀곡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데이식스 원필은 오지현과의 중학교 동창 인연으로 피처링에 참여했다. 데이식스 역시 밴드로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입힌 음악을 하고 있기에 이들의 협업은 더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지현은 "처음 스케치들을 듣고 원필이랑 가장 어울릴 것 같은 곡을 같이 고르면서 시작했다"면서 "원필이가 스케줄 때문에 잠이 부족했던 모습들을 봐왔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나마 이 노래를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냅스!'를 들은 후 원필의 입에서는 "끝내준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오지현은 "드럼 사운드와 기타 솔로를 듣고 '정말 끝내준다'라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언제 들으면 가장 좋은 곡인지 묻자 주성근은 "나른한 오후 점심을 먹고 모든 것을 내팽개쳐 둔 채 소파에 기대어"라고 답했고, 오지현은 "아침 일과를 마친 후 점심을 먹고 반려동물과 함께 나른하게 누워있을 때"라고 말했다.
섬세한 보컬은 물론 감성적인 가사도 쓰는 주성근, 기타 연주에 트랙도 짜는 오지현까지 단 두 명으로 구성된 듀오지만 이보다 알차고 탄탄할 수가 없다.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아트 디렉팅까지 소화하는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인디씬의 슈퍼루키로 자리매김했다.
'그녀의 사생활', '진심이 닿다', '연애포차', '여우각시별' 등 다수의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며 대중적인 인지도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 1415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자 주성근은 "조금 더 팝스러운 음악들로 채우고 싶다. 공연도, 음악적인 활동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오지현은 "저희가 느끼는 감정들, 공간들을 지금보다 더 섬세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면서 "많은 공부와 시도들이 더 필요하기에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1415 음악의 매력은 "나른하지만 상냥한 목소리 흐트러짐과 긴장 속의 기타리프. 잘 버무려진 사운드", "노래를 들을 때면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공간을 지닌 음악"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주성근은 "언제나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리스너들의 추억 속에 우리의 음악이 담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고, 오지현은 "새로운 공간,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영화 같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