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대응 목표를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현실을 반영해 확진자 감소보다 중환자 관리에 더 무게를 둔다는 취지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함께 번지면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에선 비상사태 선언이 잇따랐다. 네덜란드는 또다시 전국적인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1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의 초점을 확진자 수에서 중증 환자 수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확진자 숫자에 매몰돼 무증상 경증 환자까지 신경 쓰는 것 대신 인명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더욱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하비어 베세라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이제 중증도가 문제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확진자 수보다 중증 환자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대국민 특별연설을 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오미크론 변이에 노출되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는 내용이라고 NBC방송은 전했다.
겨울을 맞아 실내활동이 늘어난 데다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가 함께 유행하면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뉴욕에선 전날 하루 동안 팬데믹 후 가장 많은 2만102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의 하루 신규 환자는 12만 명이 넘는다. 2주 전보다 31% 늘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는 영국에선 하루 확진자가 9만 명을 넘었다. 전주보다 44% 급증했다. 영국의 오미크론 감염자는 2만4968명에 이른다. 의료계에선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된 것보다 10배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 시스템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자 런던시는 이날 ‘중대사건’을 선포하고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시 정부가 자체 특별 응급서비스 등을 시행할 정도로 위태로운 단계라는 의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2주간 실내 모임을 금지하는 ‘서킷 브레이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네덜란드는 19일부터 술집 식당 영화관 공연장 등의 문을 닫았다. 이번 조치는 내년 1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열리고 일반 가정에서도 손님을 4명까지만 초대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코로나19 통금이 재개돼 저녁 8시 이후 술집들이 영업할 수 없다.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20일부터 영국인을 입국금지 대상에 포함한다.
미국 연구팀은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과 중국 시노팜,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이 오미크론 전파 차단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미크론에 노출됐을 때 이들 백신 접종자의 혈액 속 중화항체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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