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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상공인 두텁게 지원하되 원칙·기준 명확히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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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역 강화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관련 예산, 각종 기금 등 재원을 총동원해 4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손실보상 대상도 기존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 업종뿐 아니라 인원·시설이용 제한 업종(이·미용업, 키즈카페, 결혼식장 등) 12만 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경각에 달린 만큼 신속한 지원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보다 폭 넓고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는 김부겸 총리 발언이 무색해진다. 피해 정도를 따지지 않고, 매출이 조금이라도 줄어든 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1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하겠다는 게 골자여서다. 폭은 넓을지 몰라도, 피해가 큰 소상공인에겐 결코 두터울 리 없다. 지원대상을 소상공인으로 국한했다고 하지만, 또다시 똑같이 나눠주는 위로금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니 “한 달 임대료도 안 된다” “연말 대목 막아놓고 100만원이 말이 되느냐”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쏟아진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둘러싸고 50조원, 100조원 등 규모가 논란이고 내년 초 추경 편성 가능성이 높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느냐다. 방역 강화로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우선 구제하는 게 맞다. 절박한 이들에게 먼저 돈이 돌아가게 하려면 피해 여부부터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인원제한 업종 같은 사각지대를 해당 소상공인들이 한참 요구한 뒤에야 인식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피해 경중을 따질 때 국세청 납세자료를 활용하면 단순매출이 아니라 소득 감소로 인한 피해 규모를 객관타당하게 산정할 수 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납세자료가 없는 자영업자들을 구제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여섯 차례 추경을 통해 22조원이 소상공인에게 지원됐지만, 이런 원칙과 기준 없이 풀다보니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보상 수준이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 608조원 초슈퍼예산을 편성해 ‘정부만 흥청망청’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판에 피해 지원마저 쌈짓돈 쓰듯 해선 안 된다. 본예산이든 추경이든 나랏빚이고 국민 혈세다. 코로나 피해·취약계층이 아니라 아무 피해가 없는 이들에게까지 퍼주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두터운 선별지원과 무차별 퍼주기는 양립할 수 없다. 코로나 손실보상 논의에 앞서 보상 원칙과 기준부터 명확히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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