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고덕강일4단지를 시작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은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전면공개된다. 건설원가(61개 항목)부터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 설계·도급내역서 등까지 모두 공개된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15일 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분양원가와 원가 산정기준이 된 택지조성원가, 건설원가 등 총 71개 항목을 전면 공개한다고 밝혔다. 고덕강일4단지를 시작으로 사업정산이 마무리된 10년치 건설단지 34곳이 대상이다.
내년까지 서울시와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분양가 대비 취득한 분양수익, 사용계획까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설계?도급 등에 대한 내역서를 공개한 곳은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모두 공개하는 것은 전국 최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급등한 집값을 안정화하고, 공기업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제시한 공약 사항이다. 지난달 발표한 SH공사의 5대 혁신방안에도 들어있다.
공개항목은 건설원가 61개 항목과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이다. 아파트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필수공개항목으로 지적됐던 택지조성원가도 처음 공개했다.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은 △용지비 △용지부담금 △조성비 △기반시설설치비 △이주대책비 △직접인건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자본비용 △그 밖의 비용 등이다.
앞서 오 시장은 2007년 재임 당시 ‘분양가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SH공사 건설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지자체 최초로 공개했다. 이후 2008년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국토교통부가 기본형건축비에 기반한 분양가 산정을 표준으로 채택해 서울시와 SH공사도 분양가격만 공시해왔다.
또 작년 SH공사가 항동 공공주택지구 4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할 때도 건설원가 61개 항목만 발표하고, 택지조성원가는 넣지 않았다.
설계?도급 내역서도 함께 공개한다. 분양원가는 정리된 데이터라 관련 상세 근거와 객관적 지표가 담긴 로우데이터(raw data)도 넣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아파트 분양원가 전면 공개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SH공사의 경영 투명성 확보는 물론 분양가 거품 제거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난 9월 준공정산을 완료한 고덕강일4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총 분양원가는 1765억 800만원으로 택지조성원가는 ㎡당 271만 7119원, 건설원가는 ㎡당 208만6640원이다.
이에 따른 분양수익은 980억 5300만원으로 고덕강일4단지 임대주택 건설비(260억1100만원), 2019년 SH공사 임대주택 수선유지비(475억4500만원), 2019년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244억9700만원) 등에 사용됐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이미 사업정산을 완료한 28개 단지(마곡지구, 내곡지구, 세곡2지구, 오금지구, 항동지구)는 내년 상반기에, 준공과 정산을 앞두고 있는 5개 단지(마곡지구 9단지, 고덕강일지구 8단지·14단지, 위례신도시A1-5BL·A1-12BL)는 내년 하반기 중 분양원가를 공개할 계획이다.
김헌동 SH공사 신임사장은 “작년에 공개한 분양원가 61개 항목에 더해 설계·도급·하도급 내역서까지 대폭 공개범위를 확대한다"며 "풍선처럼 부풀려진 주택분양가 거품 제거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