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주 대구·경북지역 방문 중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제업적을 ‘공(功)’으로 인정한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급기야 이 후보 최측근이 공개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저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런 표현은 좀 부적절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4선 중진인 정 의원은 이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30년 이상 우정을 쌓아온 대표적인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은 공과(功過)가 존재한다”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고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가 맞다”고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 발언을 두고 ‘말 바꾸기’ 논란이 벌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아침에 한 말이 저녁에 달라지는 식이다 보니 무슨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경”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전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이미 내란음모죄의 수괴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았고 국민들을 학살한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느냐”며 “공을 논할 자격이 없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가 3저 호황을 근거로 전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치켜세운 것에 대해선 “국제적인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경제상황이 좋았던 거지, 그게 전 전 대통령의 공로는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다만 후보는 경상도 영남 출신인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얘기하게 된 것은 진영과 지역 논리를 뛰어넘어서 하나가 되자, 이런 취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좀 포용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며 “적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 후보를 향해 “표현 하나하나를 후보가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도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