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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사회 환원' 약속 지킨 이주용 회장 "근검절약하며 기부한 선친의 가르침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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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뭐 잘나서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아닙니다. 자식들도 다 커서 앞가림할 줄 아니 그리 마음먹은 것이죠. 선친께서도 생전 그렇게 실천하셨고요. 오히려 이렇게 좋은 곳에 돈을 쓸 기회를 얻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86·사진)은 4년 전 가족에게 한 가지 ‘선언’을 했다. 생전 모은 재산 중 6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겠다는 것. 그리고 이달 10일 이 회장은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100억원을 기부하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

한두 푼도 아닌 600억원이란 거액을 선뜻 기부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 회장은 “저는 운 좋게 정보화혁명 시기에 컴퓨터 사업을 해 큰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만큼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선친께서도 생전 기부를 열심히 하셨으니 이를 본받아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기부 약속을 지킨 소회를 밝혔다. 열심히 일한다면 돈은 따라오게 돼 있지만, 그것을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는 것은 숙고를 거쳐야 한다는 그의 평소 철학이 담긴 말이다. 앞서 이 회장은 2017년 KCC정보통신 창업 50주년을 맞아 ‘600억원 기부’를 공언했다. 먼저 그의 고향인 울산 종하이노베이션센터 재건축사업으로 330억원을 기부했고, 이어 정보기술(IT) 인재 양성을 위해 ‘미래와 소프트웨어’ ‘종하 장학회’ 재단에 170여억원을 출연했다.

이 회장은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은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정말 필요한 분야라 기부를 결정했다”며 “공언한 약속을 마치고 나니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런 결정 뒤엔 선친인 이종하 선생의 가르침이 컸다. 울산에서 ‘천석꾼’으로 불렸던 이종하 선생은 생전 전쟁고아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에 앞장섰고, 울산 남구에 ‘종하체육관’을 지어 울산시에 기부했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이 회장이지만 평소 근검절약을 강조한 아버지 때문에 늘 헌옷만 입고 다녀 어릴 적 별명이 ‘고물’이었다.

이 회장은 “중학생 때 아버지가 사주신 군용점퍼가 어찌나 컸던지 성인이 돼 미국 유학을 가서도 입었다”며 “한 푼 두 푼 아껴 기부하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저도 실천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KCC정보통신을 창업했을 때도 아버지가 일군 밭을 팔지 않고 사업을 키워나간 게 저의 큰 자부심”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 1호 SW서비스 회사를 세운 국내 IT 분야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1960년 미국 IBM에 한국인 최초로 프로그래머로 입사해 1967년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국전자계산소(현 KCC정보통신)를 설립했다. 주민등록 전산화, 국민투표 개표 전산화, 철도 승차권 전산화, 선박설계 소프트웨어 국산화 등 굵직한 사업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이 회장은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선박설계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해 우리 조선업이 세계 1등이 되게 기여한 것”이라며 “이제 와 한국이 IT강국이 된 걸 생각하면 무척 흐뭇하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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