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로봇사업 확대
13일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기업 유진로봇은 가격제한폭(29.89%)까지 오른 4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진로봇이 종가 기준 4000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8월 18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날 로봇 전용 구동장치(액추에이터) 전문업체 로보티즈(29.73%),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휴림로봇(25.71%), 이족보행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6.74%) 등 다른 로봇 관련주도 동반 급등했다.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관련주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올초 가전 부문 산하에 로봇 TF를 신설해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한 뒤 1년여 만에 상설 조직으로 바꾼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로봇의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로봇을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로봇과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로봇산업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로봇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로봇에는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인수합병(M&A) 대상이 로봇 관련 기업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노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LG전자 등 경쟁사와 비교할 때 후발주자”라며 “삼성전자가 M&A를 통해 로봇 사업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LG 등도 뛰어들어
로봇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한 것은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로봇 제어 분야 선도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원을 들여 인수했다. LG전자도 2017년 SG로보틱스, 2018년 로보스타 등 로봇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테슬라는 지난 8월 ‘테슬라봇’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전기차를 넘어선 로봇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국내외 주요 대기업이 로봇산업에 뛰어든 것은 해당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시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지난해 277억달러에서 2026년 74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구 구조가 변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며 “로봇산업의 성장은 당장 1~2년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두된 세계적인 공급 병목 현상과 임금 상승 추세도 로봇 관련주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올 들어 공급망 차질 심화와 임금 상승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동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늘린다는 점도 로봇산업에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단기 변동성 클 것”
다만 국내 로봇 관련주가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로 직접적인 수혜를 볼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다른 로봇업체에 아웃소싱을 줄 가능성이 적어 국내 관련주 수혜가 제한적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로봇 투자 확대로 클라우드, 통신(5G), 배터리, 센서 관련 업체들이 중장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내 로봇 관련주는 시가총액 1000억~3000억원 안팎의 중소형주가 대부분이다. 지난 3분기 기준 대부분 적자 상태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를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 로봇 ETF는 ‘글로벌X 로보틱스 & AI ETF(BOTZ)’다. 올 들어 9.14% 상승했다. 최근 5년 수익률은 143.57%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