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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마리 이상 공급과잉 상태"···10년 주기 '소값 폭락'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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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5일. 전국 한우 축산농가들은 소값 폭락 항의 시위를 하기 위해 트럭에 소를 싣고 청와대로 향했다. 당시 한우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2년 전의 반토막 수준으로 폭락했다. 사료 가격까지 치솟아 전국의 축산농가들이 아우성이었다. 수송아지 한 마리가 단돈 1만원에 거래되고, 지방 농가에서는 한우 도축을 미루다 소를 굶겨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경찰이 각 지역 톨게이트 입구에서 농민들을 가로막아 소들이 청와대 앞 도로를 뛰어다니는 일이 생기진 않았지만 아직도 축산업자 사이에서 널리 회자하는 얘기”라고 전했다.

‘10년 전과 판박이’로 가는 한우 증가세
전문가들은 최근의 축산업계 상황이 10년 전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한우 사육두수는 341만 마리로 5년 전인 2016년(281만 마리)에 비해 약 60만 마리 급증했다. 2012년에는 2007년 200만 마리 수준이던 사육두수가 5년 만에 293만 마리까지 늘었다.

한우 도축두수도 내년이면 2012년 기록(84만 마리)을 넘어 2024년 100만 마리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12일 “내년이면 한우 도축두수가 가격 폭락이 시작됐던 10년 전 수준을 넘어선다”며 “도축이 늘면 한우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근의 사료가격 급등세도 2012년과 닮은꼴이다. 지난달 한우용 배합사료 가격은 ㎏당 484원을 기록했다. 평년(388원) 대비 24.7% 올랐다. 이상기후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과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당분간 계속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2012년에도 300원대 중반이던 배합사료 가격이 450원대로 치솟으면서 소값 폭락으로 시름겨워 하던 축산농가의 고통을 키웠다.

게다가 2012년과 달리 최근 들어 국내에서 수입 소고기 선호도가 높아진 점은 가격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불안요인이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소고기 수입량은 37만4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미국산이 10.7%, 호주산이 1.9% 늘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육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한우 가격이 과거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2012년 수준으로 소값이 떨어지면 30개월간의 사료값도 못 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급등·폭락 반복 악순환 방지책 시급
정부도 한우 공급 과잉문제를 알고 있지만 대책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농가의 사유재산인 소를 하루빨리 도축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고, 직접 나서서 소를 수매하는 것도 시장원리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축산법 개정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소속 자문기구인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가 설치됐지만 공급 과잉 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홍식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농가에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위험 신호를 보내 스스로 사육두수를 조절하도록 유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와 농협중앙회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암소 감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출산 능력이 떨어진 암소의 도축을 약속하면 최대 2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약 8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암소 6만 마리 감축을 목표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농가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코로나19 이후 한우 도매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보니 일선 농가의 공급과잉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육두수 조절에 나서지 않으면 결국 공급 과잉으로 소값이 폭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격 상승→사육두수 증가→공급 과잉→가격 폭락→사육두수 급감→가격 상승’의 과정이 이어지는 10년 주기의 ‘소값 파동’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사육두수가 급증하면서 농민도 불안에 떨고 있지만 아직 가격이 떨어지지 않다 보니 암소 감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가격이 폭락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사육두수를 조절해야 과거의 소값 폭락 사태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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