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를 가장해 아파트에 침입,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고 억대의 금품을 요구한 3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박재우)는 특수강도와 특수주거칩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8)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26일 오후 1시45분께 강원 강릉시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던 초등학생 B군을 따라갔다. B군이 집으로 들어가자 A씨는 초인종을 눌러 "택배입니다"라고 속여 문을 열어주자 아파트로 침입했다.
A씨는 준비한 흉기로 B군을 위협해 결박한 뒤 10만원 상당의 현금이 들어있는 저금통 2개와 휴대전화 등 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또 A씨는 B군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납치했다"며 1억원을 요구했다.
A씨는 동물원 사육사와 정수기 영업사원 등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직장을 잃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일용직마저 못하게 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범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같은 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중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궁핍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다"라면서도 "어린 피해자가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등 상당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며 징역 4년을 내렸다.
'형이 무겁다'는 A씨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도 "범행 경위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나 피해자는 혼자서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고 피해자 부모도 커다란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