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발표한 94조원 규모의 탄소중립 투자계획 가운데 정부가 투자하는 돈은 61조원이다. 나머지 33조원은 민간 기업 몫이다. 정부가 투입하는 자금은 주로 도시·생활 공간의 인프라 개선과 친환경 생태계 조성을 위해 쓰이고, 민간 기업의 33조원은 수소, 암모니아 등 청정에너지 개발·사용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도 친환경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2025년까지 33조원을 투자하는 기업은 ‘에너지얼라이언스’ 소속 11개 대기업이다. 구체적으론 DL에너지, E1, GS에너지, SK E&S, SK가스,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현대자동차, 효성중공업이다.
대표적 원전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수소, 해상풍력발전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고 있다. 또 기존 화석연료 발전 방식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암모니아 혼소 발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수소는 기체 상태에선 저장과 운송이 어려워 액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 다만 영하 253도 밑으로 온도를 낮춰야 기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수소 특성상 안정적으로 액화수소를 생산·유통하는 게 쉽지 않다. 효성은 앞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연간 3만9000t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수소 생산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거의 없는 ‘블루수소’나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2025년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미 2035년까지 유럽에서 내연기관차를 전혀 팔지 않기로 선언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40년엔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내연기관차를 모두 퇴출하고 전기차, 수소차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에선 제철, 석유화학 등 전통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온 굴뚝산업 관련 기업도 참석해 친환경 경영 노력을 소개했다. 현대제철은 2050년까지 기업 차원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내세운 이후 현재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투자세액공제 기준을 더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규제 보다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기업의 탄소 감축 성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임도원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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