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의 재정 퍼붓기가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 세출 예산의 73%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72.4%)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상반기 집행률을 갈아치웠다. 내년 총예산 607조7000억원에서 기금을 뺀 일반·특별회계 597조7000억원 중 363조5000억원이 내년 6월까지 풀리는 것이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이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가뜩이나 초슈퍼예산을 편성한 마당에 거의 4분의 3을 상반기에 소진하겠다니 걱정이 앞선다. 하반기 재정 운용에 큰 압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여권이 이미 추경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6일 “정부 지출이 쥐꼬리”라고 질책했고, 다음날에는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영업 지원방안 적극 검토’를 주문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여당이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추경 검토를 공식화했다. 내년 예산안을 단독 통과시킨 지 불과 나흘 만의 일이다. 이쯤 되면 야당 눈치도, 국민 눈치도 보지 않는 폭주라고 할 만하다. 내년 대선(3월 9일) 전 지급이 목표라는 신호가 넘친다. 추경 실무를 총괄하는 여당 정책위 의장은 “충분하고 선제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그나마 자제하던 야당도 대선전이 본격화하자 퍼주기 경쟁에 가세했다. 윤석열 후보가 ‘50조원으로 자영업 손실 전액보상’을 주장한 데 이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하자”고 한술 더 떴다. 국방예산의 2배(2021년 52조8401억원)를 자영업 지원에 쏟아붓자는 제안은 진의가 무엇이든 간에 포퓰리즘일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재명 후보가 “김 위원장의 100조원 지원 발언을 수용하겠다”며 “지금 당장 하자”고 치고 나왔다.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투명해 재정여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사사건건 반목하던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현금살포에 손을 맞잡는 장면을 보게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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