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약간의 몸싸움이 끝나자 바둑은 어느덧 거의 정리됐다. 형세는 흑이 덤을 제하고 열 집 정도 앞서는 장면이다. 백은 반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백84·86은 승부수다. 형세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흑은 87로 물러났다. 여기서 참고도 흑1로 뒀다면 바둑이 끝날 수도 있었다. 백2로 단수치고 4·6을 살리는 것이 예정된 수순이다. 하지만 흑7·9로 봉쇄하면 백 대마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부 잡히는 모습이다. 수순 중 백2로 5에 느는 것은 흑이 8에 단수쳐서 역시 안 된다. 백으로서는 한시름 놓았다.
흑93은 큰자리다. 흑99는 104에 날일자 둬서 백 상변을 깎는 수도 괜찮았다. 실전은 가장 간단한 수순으로 판을 정리하고 있다. 161까지 중종반 빈틈없는 수순으로 흑은 승리를 굳힌다.
박지연 5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