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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만든 음식 맛에 만족할까"…식품업계 '무인화' 전망은?[한경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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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만든 음식 맛에 만족할까"…식품업계 '무인화' 전망은?[한경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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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 정보기술(IT)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식재료가 아닙니다. 식품 매장이 무인화·기계화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손맛’이 없는 음식이 나온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점점 오르는 인건비, 비대면 소비 트렌드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요. 다만 무인 식당, 무인 카페 같은 시도가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엇갈립니다. 기계가 사람의 미(味)각을 만족시키기엔 아직 갈 길이 멀고, 사람들은 아직 외식업계에서 서비스 정신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입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위례신도시에 무인 매장 ‘플로우(flow)’를 열었습니다. 직원이 아예 없는 24시간 무인 매장입니다. 매장에 출입하려면 신용·체크카드나 삼성페이로 인증을 해야 하고, 결제도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매장 내 지능형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소비자들에게 출입 및 구매 방법을 안내해주고, 소비자가 매장 내 냉동고에서 제품을 꺼내고 문을 닫지 않으면 "냉장고 문을 닫아주세요" 라는 메시지도 나온다고 합니다.

배달도 비대면입니다. 배달 주문이 들어온 상품은 배달 전용 냉동고에 보관되다가, 주문이 접수되면 배달기사가 직접 매장에서 수령해서 배달을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언젠가 마주할 여러 형태의 미래형 매장 중 하나인 무인 매장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SPC 측 설명입니다.

SPC그룹의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 ‘섹타나인’이 참여했습니다. 섹타나인은 SPC그룹의 데이터와 IT 인프라, 플랫폼 사업에서 필요한 기술력 등을 전담합니다. 플로우 매장에는 섹타나인 조직 내에서도 스마트스토어팀이 참여해 ‘스마트 매장’에 대한 시스템을 배스킨라빈스와 함께 구축했습니다.



SPC그룹에는 제과 브랜드 파리바게트와 파리크라상,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등 여러 브랜드가 있습니다. 무인 매장 ‘테스트베드’로 배스킨라빈스가 선택된 건 상품(아이스크림)의 특성 때문입니다. 아이스크림은 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햄버거처럼 제조할 필요가 없는 완제품이지요. 직원이 없어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불었던 ‘무인점포 바람’이 식품업계에서 이제야 발을 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편의점업계에선 완전 무인 매장과 밤에만 무인 매장으로 변신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매장 직원의 주 역할은 제조가 아닌 상품 판매이고, 이는 포스기 등 기계로 대체 가능합니다. 출입 및 결제 기술만 개발하면 인건비를 확 줄일 수 있습니다.

식품·외식업계는 다릅니다.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숙련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메뉴도 많지요. 식재료를 싱싱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키오스크 같은 일부 기계가 사람의 업무를 덜어줄 수는 있지만, 모든 일을 기계에 맡기는 건 먼 훗날의 일일 뿐 아직 불가능하다는 게 식품업계 설명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커피나 치킨 등 음식을 제조하는 로봇을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미식 문화에 익숙해진 지금의 소비자가 로봇이 만들어준 음식의 맛에 만족할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외 식품업체 중에선 음식 제조의 일부 과정에 로봇을 도입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해 9월 개장한 역삼역점에 버거 번(빵)과 패티 자동 조리장비, 서빙 로봇 등을 설치했습니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조리법이 정해져 있다 보니 간단한 굽기 작업은 로봇이 하도록 만든 겁니다. ‘노브랜드 버거의 미래 콘셉트를 담은 시그니처 매장’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일 년이 넘은 지금 ‘시그니처 매장 2호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분간 낼 계획도 없습니다. 자동 조리장비와 서빙 로봇은 다른 매장으로 확장하기엔 너무 크고, 효율적일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역삼역점은 방문객이 많고 큰 매장이라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기계들의 효율성이 높았지만, 면적이 넓지 않은 매장까지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외식 산업은 서비스 정신이 중요한 업종이라는 특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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