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영국 정부가 화이자와 계약하면서 모든 분쟁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업저버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업저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화이자 백신 1억8900만회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밀유지 조항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모든 중재 절차는 비밀에 부쳐진다고 업저버는 설명했다.
그러나 화이자 측은 “비밀 유지 합의는 표준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미국 소비자권리보호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선진국 중 영국만 비밀 유지 조항이 있는 계약을 맺었다며 공공 보건 위기 상황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는 제약사가 국내법 절차를 우회할 수 있도록 비밀 중재 절차에 동의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화이자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백신 판매로 폭리를 취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실제 한 생물공학 전문가가 영국의 방송사 채널4를 통해 화이자 백신 1회분의 제조 비용은 76펜스(1193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 화이자는 영국 정부에 백신을 1회분당 22파운드(3만4562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물공학 전문가가 분석한 화이자 백신의 제조원가는 순수하게 제조에만 드는 비용으로,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유통 비용, 기타 비용 등은 제외됐다.
화이자는 올해 전 세계에서 약 23억회분의 백신 판매를 통해 360억달러(약 4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화이자가 지금까지 국제프로젝트 코백스(COVX)에 제공하기로 한 백신 분량은 4000만회분에 불과하다.
화이자 측은 “전 세계 162개 나라에 20억회분 이상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저소득 국가에는 비영리 공급을 해왔으며, 다른 모든 국가에는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백신을 판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