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7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1개월여 전에 비해 다소 하락했지만, 연초 1080원대에 비해서는 90원 남짓 상승했다. 내년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한 시기다.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글로벌 경기 회복, 위험 선호 재개, 미국보다 유럽연합(EU) 등 경제의 우위 등이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전 세계 성장 모멘텀 약화, 미국 우위에 따른 달러 강세 등이다. 필자는 전자보다 후자를 예상한다.
기본적으로 환율은 양국의 펀더멘털 차이에 따라 움직인다. 경제 펀더멘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금리다. 달러화는 미국 금리가 다른 선진국보다 더 오를 것인지, 격차가 줄어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분기마다 공개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경제 전망과 점도표에서 Fed는 확실히 내년이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확언했다.
문제는 다른 국가들이다. 달러화 지수는 유로화 비중이 57.6%, 일본 엔화가 13.6%, 영국 파운드화가 11.9%를 차지한다. 일본은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것이며, 유럽 중앙은행(ECB)은 아직 언급이 없다. 최근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급락했고, 엔화도 약세를 보였다.
최근 시장에서는 미국이 내년 2회 혹은 3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기대에 비해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이는 다시 달러 약세 요인이다. 시장의 기대보다 더 완화적인 기조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내년 인플레이션 우려는 상반기로 한정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기저효과와 원자재 가격 조정, 세계 경제의 성장 모멘텀 약화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Fed는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ECB가 내년 3월 자산 매입을 종료하고, 2023년에는 현재의 마이너스 수신금리를 조금씩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외환시장의 주도권은 결국 Fed가 쥐고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 다음으로 EU도 서서히 정책 정상화를 준비할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보다는 2023년 유로화의 반등이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다. 하반기에는 다시 Fed의 정책 기조에 따라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국면에서 환율은 하단 1130원과 상단 1230원, 중간값 1180원이 기준선 역할을 했다. 내년 원·달러 환율도 이 범위에서 움직일 공산이 크다.
문정희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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