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내년부터 토스뱅크 통장(수시입출금식예금)의 1억원 초과금액에 연 0.1% 금리를 주기로 했다. 금액과 납입 기간에 상관없이 연 2.0% 금리를 주던 파격적인 혜택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금융당국이 토스뱅크의 올해 가계대출 총액을 5000억원으로 제한한 탓에 수익원인 대출이 열흘 만에 소진된 여파다. 현행 금리 구조로는 내년에 ‘역마진’이 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토스뱅크는 내년 1월 5일부터 예금액 1억원 이하에 연 2.0%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식통장을 유지하되 1억원 초과분에는 연 0.1% 금리를 적용한다고 3일 발표했다. 예컨대 1억5000만원을 맡기면 1억원까지 연 2% 이자(세전)를 받고, 1억원을 초과한 5000만원에 대해서는 연 0.1%를 적용받는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식(파킹통장) 방식은 내년에도 유지한다. 고객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이자를 일할 계산해 지급받는다. ‘파킹통장’으로서의 혜택은 여전히 2금융권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OK저축은행이 특판한 ‘OK파킹대박통장’은 연 1.5% 금리(5억원 이하)를 제공하고, 오픈뱅킹에 등록하면 연 1.7%까지 준다. 5억원 초과 시 연 1.0%로 깎인다.
지난 10월 초 출범한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이 정해준 대출한도 5000억원을 열흘 만에 소진했다. 금융당국이 추가 한도를 주지 않으면서 두 달가량 ‘대출 셧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당국은 연말까지 추가 대출한도를 주지 않을 방침이어서 토스뱅크는 내년에야 대출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반면 2조원이 넘는 고금리 예금을 보유해 상당한 역마진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도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 역마진으로 자본금을 소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월 토스뱅크는 총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2500억원에서 5500억원으로 늘렸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예금액 1억원 이하 고객이 전체의 99% 이상이기 때문에 극히 일부 고객만 금리 혜택이 줄어든다”며 “1억원 초과 예금자 수는 적어도 예금액이 커서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 상승기임에도 예·적금과 달리 수시입출금 상품인 토스뱅크 통장의 시장 경쟁력은 여전히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했던 토스뱅크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과 높은 수신금리로 그간 순위가 고착화된 은행권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토스뱅크의 가계대출 총액에 지나치게 제한을 두면서 경쟁 유인이 줄고 순위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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