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샀고 외국인과 기관은 팔았다. 지난 세 달간 CJ대한통운에 대한 투자자별 매매동향이다. 주가는 올 9월 들어서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저수익 고객사의 이탈로 점유율이 줄어든 데다 택배 물동량이 시장 성장률에 못 미치면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12시54분 현재 CJ대한통운은 전일 대비 4500원(3.6%) 오른 12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이날 반등하고 있지만 그간의 흐름은 지지부진했다. 지난 9월 초까지만 해도 17만원선에 머물러 있던 주가는 10월 15만원선, 11월 14만원선으로 떨어지더니 현재 12만원까지 밀린 상태다. 세 달 만에 27%가량 후퇴한 것이다.
매매동향에서 투자자별 엇갈린 시각이 엿보인다. 개인은 '저점 매수'의 기회라고 보고 올 9월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세 달 동안 495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올 8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째 주식을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39억원, 17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개인 투자자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일단 증권가는 개미들의 선택에 싣는 분위기다. 최근 한 달 동안 증권사 7곳이 CJ대한통운에 대한 목표주가를 낮췄지만 이마저도 현 주가와 비교하면 괴리율이 큰 편이다. 이들 증권사의 목표가는 삼성증권(19만원), 미래에셋증권(19만원), 신영증권(19만원), 신한금융투자(17만원), SK증권(17만5000원), 흥국증권(18만원), KB증권(20만원) 등이다. 전일 종가인 12만5000원과 비교하면 적게는 36%, 많게는 60%의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업황이 개선될 것인 만큼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점을 우려하고 있다. 판가 인상에 따라 저수익 고객사가 이탈하면서 점유율이 올 3분기 2.4%p 줄어든 47.8%를 기록했다. 다만 경쟁사들의 판가 인상이 4분기 CJ대한통운의 점유율 재반등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제한적인 물동량 모멘텀도 당장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올 3분기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추정치인 7.1%를 크게 밑돌았다. 이 기간 점유율은 47.8%로 2.4%포인트(p) 떨어졌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이커머스 거래액이 폭증하면서 자연스럽게 택배 물동량이 급성장했지만 반대로 올해는 역기저효과가 불가피해 물동량 성장률이 둔화됐다"며 "예견된 수순이기는 했지만 시장 성장률에 한참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 전망에 대해선 "밝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로 택배에 의존하는 소비자들이 늘어 공급자 우위의 택배시장이 형성된 만큼 택배 단가 인상이 계속될 것이란 시각에서다.
가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택배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6.2% 올라 박스당 2152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은 단가 상승은 택배 부문 매출액이 2250억원 증가하는 효과를 부르고 결국 영업이익률을 전년보다 2.4%p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택배사업 등 영업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사업을 정리하면서 글로벌 부문 영업이익도 96억원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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