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창업자 겸 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인터뷰 대담을 게재합니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전문가이자 인터뷰 고수로도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
아드리안 리(Adrian Li)는 인도네시아 기반 벤처캐피털(VC)인 AC벤처스(ACV)의 설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다. ACV는 인도네시아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3개의 펀드로 80곳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눈여겨 볼 포트폴리오 회사는 핀테크 기업 '페이파즈(Payfazz)', 중고차 플랫폼 '카썸(Carsome)', 개인 간 대출(P2P) 회사 '코인웍스(Koinworks)',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M17' 등이 있다. 최근 2억500만달러 규모 벤처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당초 800만달러 모집이 목표였지만 두 배 넘는 금액이 몰렸다.
아드리안이 ACV를 세운 건 2014년 말이다. 그 전에는 중국에서 1대1 온라인 영어 시험 준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이끈 바 있다. 자선단체인 CNYTrust도 세워 중국 내 교육 취약계층 아동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엔데버나 앤틀러 등 회사에서 '비즈니스 멘토'로도 활동 중이다. 글로벌 리더십 조직인 '젊은사장단(YPO)'의 회원이기도 하다.
아드리안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대에서는 경영학과 교육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뉴욕과 런던, 도쿄, 베이징에서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경험도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인도네시아의 영향력 있는 40세 이하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금융권에 몸담은 경험도 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는 '기업가 정신'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차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2003년 스탠포드대에 지원했다. 이후 중국에서 영어 교육열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착안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영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이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나만의 '비즈니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후 내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에어비앤비의 사업모델이었다. 중국에 비어있는 아파트들이 많다는 점과 사업,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봤다. 당장 이 사업을 시작했고 나는 70곳 이상의 도시에서 6개월 안에 50만 건의 예약을 받아냈다. 훌륭한 기업가는 현상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업을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왜 인도네시아에서 VC를 설립했나.
"해외에서 기회를 찾고 있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자친구 때문이다. 나는 인도네시아 출신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녀를 따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라는 것과, 세계적으로 검증된 사업모델들이 그 곳에서는 여전히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곳에서 유망 기업에 투자하면 말그대로 '대박'이 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로 가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시장으로 간 것이어서 네트워크를 쌓을 필요성을 느꼈다. 2012년에 그곳에서 e커머스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면서 사람을 끌어모았다. 든든한 동업자들과 함께 2014~2015년 투자를 시작했다."
ACV의 투자전략, 분야 등을 조금 더 소개해준다면.
"우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기술 기반 얼리 스테이지(초기 단계) 회사에 집중 투자한다. 또 우리는 다른 지역 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에 주목한다. 그래서 다른 지역 사업가들과 자주 만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받아들일 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또 초기 단계부터 지속해서 창업자 중심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창업자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최근에는 시리즈A 단계 회사들도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미 제품을 상용화한 회사들도 있고, 대부분 수익이 이미 나는 회사들이다. 투자 철학에 확신을 갖고 있다면 시드~시리즈A 단계에서도 한 번에 500만~600만달러의 금액을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다."
ACV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궁금하다. 특히 주목하는 회사는.
"팬데믹이라는 큰 바람을 타고 e커머스 회사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유통의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상대적으로 대도시에 사는 소비자들에 비해 신흥도시나 중소도시, 혹은 시골에 사는 소비자들은 e커머스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들은 동네 슈퍼와 같은 작은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해야 한다. 대도시에 비해 물류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e커머스에 대한 신뢰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대도시 '프론티어' 소비자들과 나머지 소비자 간 일종의 '벽(friction, 마찰)'이 생겼다.
우리는 이런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스타트업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투자한 키타벨리(Kitabeli)라는 회사는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는 필요한 물품을 '공동 구매' 형태로 살 수 있다. 다수가 모여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에 신뢰도는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또 특정 집단의 '리더'가 물건을 받아오면 되기 때문에 배송 문제도 해결했다."
딩신은 철인3종 경기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이런 취미를 어떻게 갖게 됐나. 이 취미가 당신의 삶과 업무에 어떤 영향을 줬나.
"내가 처음 철인3종을 시작한 건 2003년이다. CNBC 채널에서 70세 여성이 세계 철인3종경기 챔피언십에 출전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아주 놀랐다. 불가능해보였기 때문이다. 70세 노인이 4㎞를 수영하고, 180㎞ 사이클을 타고, 42㎞를 뛰다니! 그때 나도 생각했다. 나도 저런 불가능해보이는 도전을 하고 싶다고.
사실 요즘 나는 매우 바빠서 자주 하지는 못한다. 어쨌든 철인3종 경기처럼 바짝 집중할 수 있는 극한의 운동을 하면서 집중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몸매 가꾸기는 덤이다!"
<i>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 &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CEO Roundtable-Bridging Asia)', '아시안 인베스터스(Asian Investors)' 운영자.</i>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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