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을 둘러싸고 유럽이 양분됐다. 유럽 국가들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그린택소노미)’에 포함할지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기업 활동 중 ‘친환경적’이라고 분류되는 활동의 범주를 정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 그리고 기후 위기 해결에 기여하는 경제활동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한다. 투자자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된다. 유럽은 세계에서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원자력과 천연가스 등은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 10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EU 집행부가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포함할지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곧이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원전 반대 국가 다섯 곳이 뭉쳤다. 독일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는 공식 성명을 통해 원전을 친환경적인 전력원으로 분류하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다. 폐기물이 친환경적이지 않을뿐더러 풍력, 태양열발전에 쓰일 수 있는 자금이 원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레오노어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기후·환경장관은 “원전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EU에 소송을 걸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핀란드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 10개국의 경제·에너지 장관 16명은 지난 26일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이유로 EU 에너지위원회 임시회의에서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도 곧바로 지지하고 나섰다. 안데르스 이게만 스웨덴 에너지·디지털 개발부 장관은 “EU의 기후 목표에 기여하고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바이오 에너지와 핵을 포함한 모든 효율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까지 결정되는 녹색분류체계에 결국 원전이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유럽이 에너지난에 직면하면서다. 북해 바람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약해져 풍력발전이 급감했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대한 요구도 늘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우리에게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인 핵과 가스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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