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재성장률이 2045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성장률 수준으로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낸다.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갈수록 떨어지면서 2045년부터는 한국 경제가 규모가 매년 쪼그라들 수 있다는 뜻이다.
장민·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2015~2018년 한은 조사국장을 역임했다. 조사국장은 통화정책국장과 함께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자리로 한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평가받는다.
장 선임연구위원 등은 2020년 2%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5년에는 -0.56%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 자본 생산성 증가율이 앞으로 꾸준히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산출한 수치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의 노동과 자본, 생산성을 총동원해도 역성장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자본 증가율이 괄목할 만큼 상승해 노동 감소율을 상쇄한다는 '중립적 시나리오'에서는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는 1%대, 2045년에는 0.6%로 떨어진다고 봤다. 자본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뛴다는 '긍정적 시나리오'에서는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 1%대 후반, 2045년에는 1%대 중반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결국 1%대로 곤두박질 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저출산·고령화에 노동력이 감소하는 만큼 한국 경제의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연구원의 분석이다.
저출산·고령화는 다양한 경로를 거쳐 한국 경제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 한은 조사국이 이날 발표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고령화로 노인 부양비용이 불어나고 그만큼 가계저축률이 감소한다. 저축률이 하락하면 금융회사의 자산이 줄어들고 그만큼 기업 대출 여력도 쪼그라든다. 자금조달 능력이 약화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도 약화된다. 고령화로 노인 복지 지출이 확대되면서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것도 성장여력을 갉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격차를 좁혀야 한다"며 "노동시장·교육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빨라진 디지털화, 기후변화 및 글로벌지역주의에 대응하고 가계부채와 저출산고령화 해법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