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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금리상승·빅테크…삼중고에 빠진 신용카드사[김은정의 기업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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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1월 30일 08: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카드사들이 삼중고에 빠졌다.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가맹점수수료 인하의 영향을 만회하기 어려워진 데다 금리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운용마진율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시중 유동성이 줄면서 차주의 상환여력까지 감소해 단기적인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로 대표되는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신용카드사의 사업안정성을 크게 뒤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내년 신용카드사들의 영업환경을 비우호적이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대출규제, 금리상승, 빅테크의 부상을 꼽았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함께 내년엔 신용카드사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기존 5~6%대에서 4~5%로 강화된다. 제2금융권 DSR 기준 강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이런 규제는 악화일로인 결제 부문의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신용카드사들이 핵심자산으로 취급하던 카드론을 정조준하고 있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최근 신용카드사들의 대출자산 증가율, DRS 준수 수준을 보면 카드대출의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10월 발표된 관리 방안 전후를 기준으로 추정해본 결과, 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을 통해 창출 가능한 신용카드사의 영업이익은 규제 전 대비 연간 1000억원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화된 DSR 준수 과정에서 카드대출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창출가능한 영업이익 차이는 더 커진다. 이럴 경우 가맹점수수료 인하의 영향을 만회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판단이다.



금리상승도 신용카드사들의 고민거리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금리 상승과 자금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중 유동성 확대로 빠르게 하락하던 시장 금리는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 하반기엔 처음으로 3년 만기 카드채 신규 발행 금리가 잔액 기준 평균 카드채 조달 금리를 넘어섰다. 내년엔 2019년 초 이후 처음으로 신용카드사의 평균 조달비용률이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내년 카드채 신규 발행 금리가 올해 절반 수준의 상승 폭을 보이고, 내년 말 카드채 잔액이 현재 대비 5% 증가하는 규모의 순발행을 가정하면 신용카드사의 잔액 평균 카드채 조달비용률은 올 3분기 누적 대비 25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한 연간 조달비용 증가액은 약 2100억원이다. 내년 연환산 영업이익의 6% 수준이다.

이에 비해 카드대출 증가 폭이 제한돼 자산운용은 쉽지 않아진다. 운용수익률 상승 폭이 조달비용률 상승 폭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전체적인 운용마진율은 축소된다.

이뿐 만이 아니다. 금리상승과 함께 시중의 유동성 공급 축소로 차주의 상환 여력은 줄고만 있다. 카드대출 차주의 특성상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과 시중 유동성 공급 감소가 차주의 상환 여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빅테크로 대표되는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거세게 신용카드사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엔 다른 결제수단에 비해 신용카드의 비교 우위가 명확했다. 익숙하고 편리했으며, 고객 혜택도 컸다.

하지만 빅테크들의 급속한 플랫폼 고도화와 이용자 저변 확대로 신용카드의 비교 우위를 빠르게 희석시키고 있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반복되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조치로 신용카드의 이용 혜택을 갈수록 줄고 있다"며 "주요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혜택은 크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카드사들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재무적 수치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고유의 사업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신용카드사가 직면한 잠재 위험들로 인해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면 결국 신용도에도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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