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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엔 월급루팡이 없다? [스타트업 5년차의 생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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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심민경 그립컴퍼니 매니저] 흔히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무임승차자처럼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월급루팡’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당백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월급루팡을 찾기가 사실 힘들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리소스가 소중한 곳에서는 오롯이 정직하게 나를 노출하며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 사람이 없다고, 조직이 안 굴러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도맡아 하는 경우 그 사람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기에 그만큼 구성원 한 명 한 명 채용하는 데 큰 공을 들인다. 이슈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뭉친 조직에서는 늘 주도적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을 찾는 것에 목말라 있다. 프로처럼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프로처럼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돈을 받고 일하는 직장인은 결국 모두 프로고, 프로처럼 일하는 것 아닌가. 프로 자체가 영어단어 ‘professional’의 축약어,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가끔 내게 ‘프로’라는 단어는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가까이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부터 프로의식을 느낄 때가 많고, 미팅을 통해 만나는 파트너사의 담당자를 통해 진한 프로의 향기를 느낄 때도 있다. 단지 지식과 기술로만 정의하기는 어렵고, 더 나아가 태도와 가치관을 포함한 확장된 개념의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의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는 이런 명패가 있었다. “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명패. 난 무려 대통령도 아니고, 그저 흔한 직장인 중 한 사람일 뿐이지만 대학 시절 그 글을 본 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저 문구를 가슴에 새겨 일해야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다. 책임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되겠다는 것. 권리에 앞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것.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망가지 말고 그 자리에 머물러 책임을 지겠다고. 시작한 업무를 잘 마무리 하는 것, 상황을 탓하지 않는 것, 혹시라도 실수하거나 안 좋은 결과를 내더라도 인정하는 것.

물론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닌지라, 불쑥 올라오는 에고(ego)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감정으로 일을 그르칠 때도 있다. 프로처럼 일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겠다는 것, 프로처럼 일하겠다는 다짐은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매일 내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한다. 다짐이 현실에 힘을 잃을 때는 주변 환경이 큰 역할을 한다. 바로 내 주변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는 동료들. ‘저렇게까지 일해야 한다고?, 저렇게 끈질기다고?’라는 마음의 소리가 나올 때가 있지만, 그들을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아, 정말 나만 잘하면 되는구나!’라고.

내가 프로처럼 일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단순하다. 내 인생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 소속 여부를 떠나, 언제 어디서든 프로처럼 일하고 싶다. 그것이 내 인생과 시간에 대한 예의, 나아가 남의 인생과 시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니까. 더불어, 서로의 시간과 리소스를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어떤 연유로 더는 함께 일하지 못해도 훗날을 도모하여 다시 일할 수 있다고 기꺼이 믿는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프로답게 일해보자.

심민경 씨는 어쩌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어 스타트업 문화에 빠진 5년차 직장인. 현재 라이브커머스 회사 그립컴퍼니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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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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