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는 이제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전기비행기는 언제쯤 상용화될까. 플라잉카, 에어택시 등으로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개발에 국내 주요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전기비행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기비행기 역시 세계 각국이 밝힌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 중 하나다. 1973년 처음 등장했지만 최근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영국 주요 방위산업체 및 에너지 기업 롤스로이스는 지난주 전기비행기 운행에서 세 가지 세계 신기록을 썼다고 밝혔다. 실제 비행 중 시속 555.9㎞를 달성하고, 이륙 202초 만에 3000m 상공에 도달했다는 내용이다. 기존에 기록한 시속 213㎞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3000m 상공 도달 속도는 1분가량 앞당겨졌다. 이 밖에 비공식 테스트 환경에서는 최고 시속 623㎞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롤스로이스 측은 “전기배터리로 움직이는 모든 교통수단 중 현재까지 가장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5분간 초도비행에 성공한 지 2개월 만에 추가로 이뤄낸 성과다.
400㎾ 전기배터리를 탑재한 이 비행기의 이름은 ‘스피릿 오브 이노베이션’(사진)이다. 워런 이스트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스피릿 오브 이노베이션 비행을 위해 개발한 첨단 배터리 및 추진 기술은 UAM 시장에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다”며 “항공산업 분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기비행기 개발엔 메르세데츠벤츠의 자회사인 야사(YASA)가 참여했다. 영국 옥스퍼드에 본사를 둔 야사는 전기 배터리를 작은 크기와 무게로 제조하는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우주 기업에 동력 전기전환 컨설팅과 배터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영국 글로스터셔에 있는 스타트업 일렉트로플라이트도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 전기비행기가 상용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항공기에 쓰이는 배터리는 자동차보다 훨씬 에너지 밀도(중량 대비 출력)가 커야 하기 때문이다. 비행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싣고 오래, 안전하게 비행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반 항공기 내 연료는 기체 총 중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를 전부 전기 동력으로 대체하려면 상당한 큰 에너지 밀도를 가져야 한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연구기관인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교통연구센터에 따르면 전기비행기 상용화를 위해선 리튬이온 배터리 기준 ㎏당 최소 1000와트시(Wh) 출력을 내야 한다. 현재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당 265Wh인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성능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2차전지 개발이 각국에서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영국 회사 옥시스에너지는 지난해 ㎏당 470Wh 용량의 리튬-황 배터리를 개발했는데, 2025년쯤 돼야 ㎏당 600Wh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전기비행기 역시 전기자동차처럼 대세가 될 것이라고 롤스로이스는 보고 있다. 노르웨이는 2040년까지 1시간30분 이내 단거리 항공편 전부를 전기비행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롤스로이스는 스칸디나비아반도 내 주요 항공사인 위데뢰에와 협력해 지역 단위 도시 출퇴근을 위한 전기비행기를 개발 중이다. 2026년 유료 상용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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