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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계빚·집값 잡으려 대출금리 뜀박질 조장…가계만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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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여파가 차례차례 나타난다. 자본시장에서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이어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오른다. 문제는 폭이다. 최근엔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채권 금리 및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큰 폭으로 올라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대출금리 상승폭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출규제 여파…은행 이익만 늘어
26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7%포인트 내린 연 1.863%에 마감했다. 기준금리가 오른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국채 금리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그간 상승폭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란 게 시장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는 동안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1.3%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와의 금리차(스프레드)가 과도하다는 것이 전반적 분위기다. 이로 인해 금리차는 1.068%포인트로 좁혀졌다.


은행의 대출금리 역시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더 크게 올랐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달 연 3.46%로 전달보다 0.28%포인트 올랐다. 2019년 5월(연 3.49%) 후 최고치다. 사상 최저인 작년 8월(연 2.55%)과 비교해 0.9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각각 1.76%포인트, 0.87%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대출금리 오름세는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연 3.580~4.954%다. 올 1월 1일(연 2.500~4.054%)과 비교하면 상·하단이 1%포인트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연 3.40~4.63%로 올해 초(연 2.65~3.92%)와 비교해 0.8%포인트가량 올랐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폭은 기준금리는 물론 국채 금리 상승폭마저도 웃돈다.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추가로 대출금리에 반영된 결과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 선에서 묶는 총량 규제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규제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어서다. 당국 규제에 우대금리를 깎고, 가산금리를 높인 은행이 늘었다.

당국의 대출 규제로 은행들은 이익이 대폭 늘고 있다. 이자 수입이 대폭 늘어난 결과다. 신한금융은 올 3분기 누적으로 당기순이익이 3조559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0.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KB금융도 같은 기간 3조7722억원으로 31% 늘었다. 두 금융그룹 모두 올해 순이익 4조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대선용 대출 규제에 ‘직격탄’
대출금리 상승으로 은행과 가계의 희비는 엇갈렸다. 은행의 수익은 크게 늘었지만 가계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있다. 한은 가계대출 자료 분석치를 보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내 가계의 총 이자비용은 12조원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영업자도 직격탄을 맞는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한은이 내년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결과다. 금융계에서는 내년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6%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1월과 7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도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당국의 대출 규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목적으로 도입한 대출 규제가 가계 살림살이를 갉아 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CLSA 한국법인 폴 최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출 규제의 목적은 대선 직전까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돈줄’을 죄면서 가격 급등을 막으려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비롯한 ‘옥죄기 모드’는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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