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LG그룹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조주완 신임 LG전자 사장이다. 사업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례적인 인사다. 지난해와 올해 CSO(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MC(스마트폰) 사업본부를 정리하는 등 LG전자의 사업구조 재편을 이끈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후문이다.
CS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출범한 ‘별동대’와 같은 조직이다. 지난해 LG전자를 시작으로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 CNS 등에 CSO 조직이 생겼다. 역할은 동일하다. 키워야 하는 사업과 버려야 하는 사업을 발라내는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글로벌 기업을 물색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도 한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 철수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롤러블폰 출시를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과감히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3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진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함으로써 실적 부담을 털어내고 사업을 재빨리 재편할 수 있었던 계기로 평가받는다. 이후 LG전자 CSO 조직은 분리막 사업을 LG화학으로 넘기고, 세계 4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구조를 다져왔다. 최근에는 전장 사이버보안 기업인 사이벨럼을 인수하고, 미국의 전장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소나투스에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CSO 조직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도 발굴 중이다. 조직 산하에 인큐베이션 센터를 두고 사내독립기업(CIC)을 육성해 사업으로 키워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CSO 조직의 역할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인 ㈜LG에 홍범식 경영전략팀장이 이끄는 경영전략부문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 조직이 ‘집중과 선택’ 전략을 수립하면 각 계열사 CSO가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될 전망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음지에 있던 ‘구광모의 칼’인 CSO 조직이 양지로 나왔다”며 “LG 계열사들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이수빈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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