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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기업 '에너지대란 해결사'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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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기술이 실현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바뀌길 바란다. 그것은 지구온난화와 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고(故) 스티븐 호킹 전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말이다. 태양이 쉬지 않고 타오르는 원리를 이용해 ‘인공 태양’으로도 불리는 핵융합은 1950년대 옛소련 과학자들이 이론적 토대를 구축했다. 아직 아무도 완성형 기술을 내놓지 못했다.

정체상태였던 세계 핵융합 연구에 최근 들어 희망이 싹트고 있다. 민간 기업 진출이 잇따르면서다. 이르면 2030년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가 등장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10년 만에 급증한 핵융합 기업
25일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핵융합 기술로 전력 발전시설 등을 개발하는 세계 기업은 23곳에 달한다. 이 중 15개 기업이 2010년 이후 설립됐다. 비공개 회사까지 감안하면 세계 핵융합 기업은 35곳에 이른다. 각국 정부 등 공공부문이 주도하던 핵융합 시장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면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올해까지 핵융합 기업이 유치한 민간·공공자금은 23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영국의 토카막에너지, 미국 헬리온에너지와 트라이알파에너지(TAE)테크놀로지스,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FS), 캐나다의 제너럴퓨전 등 5개 기업에 90%가 집중됐다.

전체 투자금의 20%를 독식한 곳은 헬리온에너지다. 폭 12.2m, 높이 1.8m의 가속기로 전력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02년 세워진 제너럴퓨전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로부터 2011년 195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쉬지 않고 타는 태양원리 활용
핵융합은 핵 분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발전소와 반대 원리다. 수소 핵융합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뿜는 태양을 모방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에 1억 도가 넘는 열을 가하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촘촘하게 몰린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이런 핵융합 반응을 거치면 이들은 헬륨과 중성자 한 개로 분리된다. 핵융합 후 헬륨+중성자 질량은 핵융합 전인 중수소+삼중수소 질량보다 작다. 줄어든 질량은 에너지로 분출된다. 질량이 바뀌면 에너지가 생긴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활용한 것이다.

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얻는다. 삼중수소는 리튬과 중수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만든다. 원료를 구하기 쉬운 데다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아 값싼 무공해 에너지 기술로 꼽힌다.

효율은 뛰어나다. 컵 한 잔 정도의 연료로 석유 100만 갤런과 같은 에너지를 낸다. 최대 900만㎾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한다. 한 가정에 800년 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2030년 상용화 목표
문제는 생산성이다. 1950년대 옛소련 과학자들이 세계 첫 핵융합 기기 ‘토카막’을 개발했지만 많은 전력이 들었다. 온도를 1억 도 넘게 올리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유지하기도 어렵다. 핵융합에 쓰인 전력보다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낸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인류가 마주한 가장 큰 기술적 도전으로 핵융합을 꼽는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민간 기업이 뛰어들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올해 9월 CFS는 핵융합 기기를 소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25년까지 테니스장 절반 크기의 전력 생산시설을 구축해 2030년께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제너럴퓨전도 2025년 첫 번째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 기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이스트는 1억2000도에서 101초 동안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프랑스 등 35개국이 1985년부터 추진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도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아더 터렐 교수는 “2030년 핵융합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거대한 야망”이라며 “2050년에 성공하더라도 인류에는 큰 승리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기술로 전력을 공급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피해를 늦추는 것을 넘어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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