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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삼성 '파운드리 황금라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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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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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규 공장 부지로 결정하고 이곳을 시스템반도체 1위를 향한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에 건설될 신규 라인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차세대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 화성·평택, 미국 텍사스 오스틴·테일러로 이어지는 파운드리 '황금라인'을 구축해 대만 TSMC 추격에 속도를 낸다.
    "테일러시 투자 배경…TSMC에 주도권 내주지 않겠다는 뜻"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한화 약 20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로 연결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 거점이 양대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올라서겠다는 이 부회장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이 본격 가동됐다는 평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삼성전자 발표를 긴급 타전하면서 "삼성전자가 업계 1위 대만 TSMC에 바짝 따라붙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투자 건이 지지부진하던 와중에 이 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하자마자 투자를 최종 결정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 더 이상 TSMC에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직접 발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도전해서 꼭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기도에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 구축을 결정하던 당시 "어려울 때 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DS부문 경영진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같은해 6월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소 간담회를 찾은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달 뒤 충남 온양사업장을 방문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반도체 비전 2030 달성 '속도 UP'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으로 구속되기 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필요한 설비 확보에 직접 나서는 등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난 8월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후 미래 준비의 일환으로 240조원 투자 및 4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절대우위 유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최근 1년 행보를 놓고 "삼성전자가 제2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테일러시 투자는 이같은 구상의 마무리에 해당한다고 봤다. 신설될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은 2024부터 하반기 가동을 시작할 예정. 기존 화성, 평택 인프라와 더불어 확대되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공급망 다변화 등 '반도체 안보'에도 즉각 조치하는 등 반도체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21일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선행연구조직인 DS미주총괄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에서 "단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한 것도 이런 '반도체 안보'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내년 상반기 처음으로 TSMC 치고 나간다
    현재까지 공개된 업체별 기술 로드맵을 보면 삼성전자는 TSMC보다 6개월 정도 빠른 내년 상반기 3나노미터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실상 처음으로 TSMC를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이 같은 계획과 함께 2025년까지 파운드리 용량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첫해인 2017년보다 3배, 2026년까지 3.2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100개 정도인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5년까지 3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성, 평택 등 국내 공장 뿐만 아니라 퀄컴·구글·테슬라·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가 있는 미국 공장 증설이 필수라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의 올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각각 52.9%와 17.3%로 차이가 크지만 '선단공정'으로 불리는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비중이 6대 4 정도로 격차가 줄어든다. 사실상 10나노 이하 시장은 양강 체제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0나노 이하 시장 비중은 2019년 4.4%에서 양사의 미국 신규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는 2024년에는 29.9%로 급증해 TSMC와의 격차를 줄여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민간 기업인 삼성전자의 공장 신설투자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환영 성명을 발표한 것 역시 반도체 공급망에 쏟고 있는 백악관의 각별한 관심을 반영한다. 반도체 공급망을 단순한 경제적 사안을 넘어 중국과의 경쟁과 결부된 전략적 사안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테일러시 투자 확정은 미국의 마음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점,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국익에 부합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삼성을 찾는 이유는 기술력"이라며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선제 투자가 중요한데 경제 안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는 어디에, 언제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테일러시 투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삼성의 다른 미국 내 사업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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