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4일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제2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낙점하면서 미국 남동부 지역 ‘선벨트’가 글로벌 전자·자동차 기업의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낮은 전기요금과 세금, 비교적 싼 인건비, 유연한 고용환경 등이 입지 1순위로 꼽히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텍사스·테네시·앨라배마·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주(州)로 이어지는 남동부는 일조량이 많아 선벨트로 불린다.
테일러는 인구 1만7000명의 소도시로, 삼성전자의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과 불과 25㎞ 떨어진 곳이다. 오스틴은 테슬라의 다섯 번째 전기차 공장 ‘기가팩토리’가 연말까지 들어서는 곳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긴다고 밝히기도 했다.
텍사스의 가장 큰 매력은 낮은 세 부담이다. 주(州) 법인세는 물론 개인 소득세도 없다.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주 법인세(8.84%)와 소득세(13.3%)를 물리는 캘리포니아와 대조적이다.
선벨트 주들은 전기요금도 비교적 싸다. 미국 포드와 SK온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테네시와 켄터키는 전기요금이 각각 ㎾h당 5.85센트, 6.06센트로 미국 평균인 7.53센트보다 30% 안팎 저렴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내 두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도 테네시에 들어설 예정이다.
반면 포드, GM 등의 본사가 있는 전통의 자동차 중심지 미시간은 전기요금이 ㎾h당 8센트에 달한다. 배터리 공장의 에너지 소비량이 일반 자동차 공장보다 다섯 배 높은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이 테네시·켄터키와 미시간의 승패를 가른 이유 중 하나라는 게 미국 매체들의 분석이다.
선벨트 주들은 노동조합의 입김도 거의 미치지 않는다. 이들 주는 개별 근로자가 노조에 강제 가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노동권리법(right to work law)’을 상당수 채택하고 있다. 반면 미시간을 중심으로 한 미국 북동부 러스트벨트는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는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주요 활동 지역이다.
현대자동차는 기존 앨라배마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요타는 노스캐롤라이나에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 일본, 독일 자동차 업체에 이어 GM, 포드, 테슬라가 강성 노조 등 제약 요건을 피해 미국 남부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도 선벨트 주들의 장점이다. 남동부 주들의 최저임금은 미국 다른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주 최저임금제가 아예 없는 테네시와 앨라배마는 연방 최저시급(7.25달러)을 따르고 있고, 텍사스와 조지아도 주 최저시급(7.25달러)을 연방 수준에 맞췄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최저시급이 14달러에 달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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