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3주 만에 대한민국이 ‘쑥대밭’이 됐다. 하루 확진자 수는 사상 처음 4000명 벽을 깼고, 위중증 환자 수는 600명 선에 다다랐다. 위드 코로나 시행 직전 주(10월 25~31일)의 평균치(확진자 1900명·위중증 337.9명)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위드 코로나발(發) 5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는 동시에 경증 및 중등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걸 막아주는 셀트리온 치료제를 치료현장에 더 많이 뿌리기로 했다. 의료계에선 “확산세가 지금보다 더 가팔라지면 사적 모임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서킷 브레이커’(비상계획) 발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5차 대유행 배제할 수 없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115명으로 집계됐다.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효과’가 끝나자마자 신기록을 세웠다. 10월 마지막주 1900명 수준이었던 하루 확진자 수는 3주 만에 두 배 넘게 불었다.정부는 “예상했던 수준”(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속도와 강도를 감안할 때 5000명, 1만 명을 넘는 건 시간문제”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가 수백 명에서 3000명 수준이었던 1~4차 유행과는 차원이 다른 5차 대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신규 확진자 증가는 위중증 환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이틀 연속(22일 549명, 23일 586명)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기로 한 위중증 환자 수마저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손 반장은 “10월 초 1.56%였던 위중증 환자 발생률이 최근 2% 중반대로 올라섰다”며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35%까지 올라가면서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비율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점점 가시화하는 ‘서킷 브레이커’
코로나19가 전방위로 확산하자 정부도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방점은 신규 확진자 억제가 아니라 위중증 환자 관리에 뒀다.이를 위해 치료제를 더 많이 풀기로 했다. 그동안 감염병 전담병원 입원 환자에게만 공급했던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생활치료센터와 요양병원의 경중·중등증 환자에게도 투여키로 한 것. 고위험군 환자가 렉키로나를 맞으면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72% 감소한다.
두 번째는 병상 확보다. 정부는 이날 비수도권에도 행정명령을 내려 267개 병상을 추가 확보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과 12일 수도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병상확보 행정명령 발동, 준·중환자 병상 62개, 중등증 병상 730개를 손에 넣었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점전담병원(174병상)과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978병상)도 추가로 지정할 방침이다. 또 위중증 환자용 병상 가동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상태가 좋아진 중환자와 안정기 환자들이 전원하거나 조기퇴원하면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확산세를 꺾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규 확진자 증가→위중증 환자 증가→병상 부족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서킷 브레이커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83.7%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자 정부도 서킷 브레이커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수도권만 놓고 보면 언제라도 비상계획 발동을 검토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손 반장도 수도권에 한해 비상계획 조치를 발동하는 것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다만 “방역강화 조치를 하더라도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지금까지 위험도 변동 상황과 위드 코로나 4주 상황을 평가하면서 결정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위험도 평가에서도 수도권은 ‘매우 높음’으로 나와 서킷 브레이커 검토 기준을 넘었다.
서킷 브레이커가 시행되면 사적 모임 가능 인원(수도권 10명)과 식당·카페 모임에 합류할 수 있는 미접종자 인원(4명)이 축소될 것으로 의료계 안팎에선 예상하고 있다.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일반 식당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정부가 검토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