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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은, '묻지마 금리인상' 나설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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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2%다. 31년 만에 최고치다. 정작 물가를 책임진 미 중앙은행(Fed)은 느긋하게 나온다. 내년쯤 공급망 충격이 해소되면 자연스레 수그러든다고 본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도 물가 급등을 일회성 이벤트로 평가한다. ‘1946~1948년 인플레이션’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1947년 인플레이션은 20%까지 치솟았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억눌렸던 소비 수요 폭증과 물자공급 부족 때문이다. 불균형은 빠르게 소멸됐다. 1948년 5%대로 하락했던 물가는 1950년 한국전쟁 직전 마이너스로 급락했다.

국내 인플레이션도 심상치 않다. 일손 부족으로 임금이 뛰고 있다. 원자재 수입물가는 35.5% 폭등했다.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배경이다. 서둘러 올려야 인플레이션을 잡고 자본 유출을 막는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원인이 미국처럼 ‘일시적’ 공급 부족인지 아니면 ‘추세적’ 수요 급증인지 확실치 않다. 금리인상 득실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내년에는 민간소비가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더 빨라진다는 가정이다.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한다.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을 이끌 민간소비에 자칫 결정타를 먹일 수 있다. 더욱이 국내 가계는 소득 가운데 36%를 부채 원리금 상환에 쓴다. 소득은 주는데 금리를 올리면 이자 갚느라 소비는 더 쪼그라든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당분간 완화기조 유지를 권고한다.

‘1800조원 가계부채’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가계부채 관리에 어느 정도 금리인상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코로나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이 ‘아픈 손가락’이다. 이자비용 추가 부담은 간신히 버티는 자영업자에게 목숨 건 ‘오징어 게임’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균형된 논리가 없을까. 가계부채 ‘차주 구성비(構成比) 바꾸기’가 방안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 대출은 늘리되 중산층 이상 가계부채 비중은 줄여나가는 거다.

이 방식은 ‘수익률 곡선 비틀기(operation twist)’와 비슷하다. 중앙은행은 ‘단기채권 매각-장기채권 매입’ 방식으로 단기 자금을 장기 투자자금으로 연결한다. 시중 유동성은 그대로인 채 ‘신용공급의 기간 구성’을 바꿔주는 거다. 경기부양이 필요할 때 쓰는 방식이다.

중앙은행 정책수단에 금리만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 이후 영국, 호주, 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앞다퉈 신용완화 정책을 가동 중이다. ‘상업은행이 대출하면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제도(funding for lending)’가 한 예다. 대규모이고 파격적이다. 자금지원 한도가 무제한이다. 은행이 요청하면 중앙은행은 언제든지 응한다. 지원기간도 3년 장기다. 이에 비해 한은 ‘금융중개지원’ 제도는 은행별 한도를 미리 정한다. 이러다 보니 소상공인에게 은행 자체 판단으로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 대출기간도 1개월로 제한한다. 정작 간지러운 곳은 구두 신은 발바닥인데 구두창을 긁어주며 생색내는 꼴이다.

세계적으로 역대급 신용완화 정책이 대세다. 정부가 할 일처럼 보이는데 중앙은행이 발 벗고 나선다. 예컨대 코로나19 상황에서 미 Fed는 중소기업 ‘급여 보호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했다. 정부 보증 없이 6590억달러를 ‘몰빵’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 개인사업자는 440만 명이다. 은행 빚이 998조원이다. 그런데 한국은행 소상공인 지원은 달랑 6조원이다.

이런 노력(?)으로 한은 총자산은 GDP 대비 2014년 31%에서 27%로 줄었다. 주요국 중앙은행 대차대조표가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알뜰한 운영 덕분인지, 할 일을 방기한 결과인지 답해야 한다. 통화정책의 한은법상 표기는 ‘통화신용정책’이다. 통화정책만 앞세우고 신용정책은 슬그머니 뒷전에 처져 있다. 이걸 바로잡을 때다. 금리를 올리려면 취약계층 보호장벽도 튼튼히 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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