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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은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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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할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7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1개 발의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소상공인의 경제 활성화에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대선 전에 통과시키려 한다. 소상공인의 경제 활성화는 중요하지만,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플랫폼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의 모든 산업은 이제 플랫폼 경제로 바뀌고 있다. 국내 플랫폼 산업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지금이 온라인 플랫폼을 ‘강력히’ 규제할 때인가?

지금은 글로벌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다. 플랫폼 경쟁의 본질은 플랫폼 주권과 데이터 주권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부에서는 K방역을 전 세계에 자랑했지만, 만약 국내 플랫폼 산업이 없었다면 방역 지침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었을까? 네이버나 카카오가 없었다면 구글과 페이스북에 요청해 백신 예약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국내 플랫폼사가 세계 1등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플랫폼 주권을 가졌기에, 그 어느 나라보다 기민하게 백신 예약 서비스를 가동할 수 있었다.

8개 법안에 공통적으로 명시된 조항은 계약서에 거래 기준을 공개하라는 것. 정부가 정한 거래 기준에 업체들이 맞추라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플랫폼 산업의 역동성을 잃는다. 예컨대 역동적인 실시간 경매로 광고비가 결정되는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릴 터. 법안을 발의한 주체들은 지금껏 플랫폼 입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인식 조사만 했을 뿐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없다. 인식과 실태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들은 플랫폼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상공인에게 불공정 행위를 하리라는 확증 편향을 갖고 입법을 추진하지 않았을까?

온라인 플랫폼법은 대학의 시간강사법 같은 전철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제정돼 1년에서 3년까지 임용 기간을 보장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강사 자리가 줄어 박사들도 시간강사 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강의 경력을 쌓지 못한 박사들은 취업이 더 어려워져 강의 인력 서식지의 소멸을 초래했다. 마찬가지로 토종 온라인 플랫폼의 소멸이라는 비극이 시작되지 말란 법은 없다.

세계 1등만이 살아남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도외시한 채 온라인 플랫폼법을 강행하면 어떻게 될까?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공멸을 자초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EU)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투명성 규정’이 2020년 7월부터 시행되기까지, 수년간 4000개 이상의 수정안과 수정 의견이 제시됐고 실태 조사와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쳤다. 좋은 명분을 내세워 시행된 2007년의 인터넷 실명제법은 막 날개를 달려던 국내 동영상 서비스 산업을 추락시켰다. 그때 시장 점유율 3%이던 유튜브는 나중에 이 법이 위헌판결을 받아 폐기될 시점에 70%로 성장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어설픈 입법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망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우리는 폐기된 ‘인터넷 실명제법’으로 인해 유튜브에 시장을 완전히 빼앗긴 사례를 결코 잊으면 안 된다.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법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 새로운 산업 규제는 기존의 규제 체계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거나 두드러지는 그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소상공인의 경제 활동에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법안의 비용 편익을 면밀히 따져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아마추어리즘으로 접근하면 우리나라의 플랫폼 경제도 플랫폼 사업자들도 모두 공멸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입법 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우리나라 데이터 주권을 지켜낼 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플랫폼 경제 논의의 기틀을 구축하기를 권고한다. 충분한 숙의와 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플랫폼 업계를 규율할 법안을 더 완벽하게 다듬어 나가야 한다. 규제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은 언제나 더 많은 부작용을 낳았음을 되돌아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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