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오피스텔 기준시가가 8% 넘게 오른다. 1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올 들어 지속된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반영된 결과다. 기준시가를 적용해 산정하는 상속세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세청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오피스텔 및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안)’를 공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내년에 평균 8.06% 오른다. 2008년(8.30%) 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준시가 상승률은 2015년 0.62%로 1%를 밑돌았지만 이후 2019년 7.52%, 올해 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별 상승률은 경기(11.91%)와 서울(7.03%)이 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가파른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기준시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전국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는 평균 5.34% 오른다. 서울의 상가 기준시가 상승률이 6.74%로 가장 높다. 기준시가는 국세청장이 오피스텔과 상업용 건물의 토지·건물 가액을 일괄 산정해 고시하는 가격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공시가격, 행정안전부의 시가표준액과는 다르다.
내년 기준시가 상승으로 오피스텔과 상가를 양도할 때의 양도세, 상속·증여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양도세와 상속·증여세를 산출할 때 취득가와 시가를 확인할 수 없으면 기준시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오피스텔을 상속받으면 올해보다 8.06% 높은 상속가액이 책정돼 상속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오피스텔 기준시가 치솟아…세금 부담 더 커질 듯
오피스텔과 상가 기준시가는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할 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양도세에선 취득 당시의 실제 거래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사용하는 환산취득가액을 계산할 때 기준시가가 필요하다. 환산취득가액은 양도 당시의 실거래가액을 기준시가로 나눈 뒤 취득 시 기준시가를 곱해 계산한다. 양도 시 기준시가가 높아지면 환산취득가액이 낮아지는 구조다. 취득가액이 낮을수록 세금 부과 대상인 양도차익이 커져 양도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상속 및 증여 당시의 시가 확인이 어려울 경우 기준시가를 상속재산의 가액으로 반영한다. 내년에 오피스텔을 상속 또는 증여하면 상승한 기준시가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이번에 발표한 기준시가를 적용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해당 세금은 행정안전부가 발표하는 시가표준액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등 수도권의 주요 지역에서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오피스텔 단지의 기준시가 상승률이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용산파크자이(104.92㎡)는 단위면적당 기준시가가 작년 358만5000원에서 400만원으로 11.58% 뛴다. 면적을 고려한 해당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3억7613만원에서 4억1968만원으로 높아진다. 이는 서울 지역 평균 오피스텔 기준시가 상승률인 7.03%보다 4.55%포인트 높은 것이다.
국세청이 발표하는 기준시가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 5대 광역시(대전·광주·대구·부산·울산), 세종시에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오피스텔과 상가를 대상으로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내년 기준시가 발표 대상은 오피스텔 19만2864호, 상가 80만8993호, 복합건물 86만6998호 등 186만8855호로 집계됐다.
국세청이 19일 발표한 기준시가는 국세청 홈페이지나 홈택스에 접속해 건물 소재지와 동·호를 입력하면 열람할 수 있다. 열람 후 기준시가가 부당하게 책정됐다고 판단한 오피스텔·상업용 건물 소유자나 관련 이해관계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홈페이지 화면에서 온라인으로 제출하거나 의견제출서 서식을 내려받아 관할 세무서에 우편 또는 방문 제출하면 된다. 기준시가안 열람과 관련 의견 제출은 다음달 9일까지다. 최종 기준시가는 의견 검토 및 관련 심의를 거쳐 올해 12월 31일 확정, 고시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