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책은 내 집 마련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주택컨설팅업체 American Advisor Group이 60~75세 주택소유주 15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Importance of Home Survey)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74%가 주택을 매입한 것이 최고의 현명한 결정(the best financial decision)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내 집에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무려 92%가 선호주거형태로 내 집을 꼽았습니다. 양로시설(assisted living facility)로의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겨우 8%에 불과합니다. 팬데믹 초기에 양로시설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고 집단 발병이 늘어나면서 시니어들이 집단 거주 형태보다는 독립적인 거주를 더욱 선호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내 집에 거주하는 것의 가장 큰 혜택을 ‘독립성’을 골랐으며 그 다음은 ‘행복’이라는 응답이었습니다. 미국의 주택 전문가들은 자가마련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집에 대한 애착 또한 시니어들이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데 일조했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주택은 ‘안전’과 ‘감성’의 자산인데 이러한 성향이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집값 급등의 최대 수혜자 또한 '베이비부머'들입니다. 주택을 장기 보유해 그동안 주택의 자산가치가 충분히 쌓인데다 최근 매물이 부족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집을 처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애톰데이터솔루션스(Attom Data Solutions)에 따르면 2020년 약 3만4000달러였던 평균 주택 처분 수익이 2021년에는 무려 9만4500달러로 늘어나 거의 3배나 급등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을 팔겠다는 베이비부머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융자나 신용대출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 노인용 시설을 설치하는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답니다.
한국에서도 팬데믹의 영향으로 집단 감염에 취약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보다 본인의 집에서 케어서비스를 받는 방문요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2만1000개에 달하는 업체가 난립하는 중이라고 하니 대단한 호황입니다. 2019년 전체 장기요양보험 총액 8조5000억 원에서 방문요양 비중은 절반(4조5000억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런 영향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1 고령자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60세 이상의 주택소유율은 67.5%로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를 보였습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32.5% 즉 3명 중 1명은 자기 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령자의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는 2017년 이후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2020년 기준으로 3.4%는 여전히 최저 주거기준을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고령 1인 가구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단독주택 거주비중(50.1%)과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비중이 전체 고령자 가구보다 각각 5.5%포인트와 0.9%포인트 높게 나타났습니다.
고령자의 자산 양극화는 예전부터 지적되어온 사회문제입니다만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산 양극화의 출발점은 주택마련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 어떤 연령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부정적인 영향의 종착점이 개인적으로는 벗어나기 어려운 노인계층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젊었을 때의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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