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경기 성남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과 관련된 환경영향평가에 이 후보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47)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비서관이 사무국장으로 있던 성남지역 시민단체가 성남시에 백현동 환경영향평가 의견서를 낸 것이다.
17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식품연구원의 ‘지구단위계획결정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보고서’를 보면 시민단체인 ‘성남의제21’은 2016년 6월 성남시에 백현동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성남의제21은 공문에서 “식품연구원 부지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 관련 붙임과 같이 의견서를 제출한다”고 했다. 하단엔 ‘사무국장 김현지’라고 적혀 있다.
김 전 비서관은 2010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 시장직 인수위원회 간사를 거쳐 시민단체인 성남의제21 사무국장을 지냈다. 2018년 7월 이 후보가 경기지사에 취임한 뒤 지난 10월까지 경기도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과 함께 이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실세’로 꼽혔다.
성남의제21이 공문을 보냈을 당시 성남시는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었다. 2016년 2월 성남시가 꾸린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김인호 신구대 교수는 “지역 환경단체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2015년 9월 성남시는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나 종상향해줬다. 당초 식품연구원은 2014년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2종 일반주거지(용적률 최대 250%)로 변경을 요청했지만 성남시는 환경파괴를 이유로 모두 반려했다.
2015년 초 성남시는 준주거지(500%)로 용도변경을 해주기로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성남시가 준주거지로 용도변경을 해주면서 백현동 부지에는 1200가구 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사업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야산을 깎고 최고 높이 50m에 달하는 거대한 옹벽을 세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 파괴 우려가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 실제 한강유역환경청은 “비탈면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붕괴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성남의제21은 ‘주변 녹지 훼손 최소화’ ‘관계자 환경보호 교육 방안’ 등만 주문하고 특별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왕 보전녹지를 개발해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는데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견서는 당시 성남의제21 정책위원장이던 김인호 교수가 작성했다. 협의회에서 ‘환경단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해놓고 정작 자신이 환경단체 의견을 낸 셈이다.
백현동 개발로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는 3143억원의 분양 이익을 챙겼다. 시행사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의 정모 대표가 받아간 배당 수익만 703억원에 이른다. 아시아디벨로퍼는 성남시의 종상향 결정이 이뤄지기 직전인 2015년 1월 김인섭 씨를 영입했다. 김씨는 2006년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김현지 전 비서관은 “성남시 담당 부서의 요청으로 전문가 의견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의제21을 환경영향평가에 의견을 내는 환경단체로 볼 수는 없고 지금까지 의견을 낸 적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권영세 의원은 “이 후보 주변 인물들이 대장동은 물론 백현동에서도 등장한다”며 “특검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