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1층 매장 면적의 70%를 대형 와인숍으로 바꾸는 공간 혁신을 통해 ‘집객 실험’에 나선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와인 상품군을 앞세워 발길이 뜸해진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대형 와인숍을 통해 소비자 1인당 평균매입액(객단가)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다음달 서울 잠실점 명칭을 ‘제타플렉스’로 변경하고 1층 면적 70%를 대형 와인숍인 ‘보틀벙커’로 바꾼다. 1320㎡의 대규모 와인 매장으로, 4000여 종의 와인을 들여놓을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보틀벙커에 없다면 국내 어느 곳에도 없다’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롯데마트 잠실점 1층에는 화장품 꽃 신발 귀금속 등을 파는 잡다한 매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과거 대형마트 전성기 시절 몰려드는 소비자를 노리고 입점한 점포들이다. 그러나 급격한 온라인화로 대형마트의 플랫폼 기능이 떨어지면서 롯데마트로선 이 공간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여야 할 필요가 생겼다.
롯데마트가 앞세운 것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와인 상품군이다. 롯데마트의 와인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9년 24.7%, 지난해 59.8%, 올해 63.4%(11월 16일까지)로 급증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롯데마트는 와인 상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프로젝트W’ 팀을 신설하고 소믈리에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들로 채웠다. 호텔 출신 전문인력도 영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카테고리킬러형 매장을 육성해 소비자를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으로, 그 선두주자가 와인”이라며 “고소득 전문직이 많이 거주해 과거 전체 대형마트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잠실점을 첫 번째 실험 점포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보틀벙커를 와인 소비가 많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점포 위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보틀벙커가 자리잡은 매장은 객단가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롯데마트의 계산이다. 현재 3만6000원 수준인 잠실점의 객단가를 7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롯데마트는 와인과 함께 리빙 전문점인 ‘룸바이홈 랩(Lab)’도 잠실점 2층에 배치한다. 지난달 폐점한 유니클로가 쓰던 공간이다. 롯데마트는 룸바이홈 브랜드를 집중 육성해 향후 롯데마트 로드숍으로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롯데상사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무인양품 대신 룸바이홈을 택한 것을 두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 같은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롯데쇼핑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는 “지금까지의 다운사이징 기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장에서 공격적인 모습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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